우리가 알던 류현진이 돌아왔다

배준용 기자 2024. 6. 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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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발 류현진이 12일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 뉴스1

우리가 알던 ‘코리아 몬스터’가 돌아왔다. 메이저리그에서 12년 만에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로 복귀한 류현진이 최근 연이어 호투하며 시즌 초반의 부진을 떨쳐내고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18일 류현진은 청주에서 열린 키움과의 홈 경기에서 8이닝 동안 5피안타 8탈삼진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국내 복귀 후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사실상 완봉승 페이스였지만 주말 등판을 위해 체력 안배차 스스로 9회에 마운드를 마무리 주현상에게 넘겼다. 이날 한화는 류현진의 완벽투 덕분에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두 달 전 류현진은 키움에 굴욕을 맛봤다. 지난 4월 5일 경기에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려 9점을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개인 커리어 사상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류현진은 복귀 후 첫 선발이었던 3월 23일 LG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실점 하며 패전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호투와 부진이 반복되는 투구 패턴을 보였다. 한때 평균자책점이 8점대까지 치솟았고 지난달 8일 롯데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을 때만 해도 평균자책점이 5.65였다. 야구계 일각선 “류현진도 결국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NC전에서 6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한 이후 지난 18일 키움전까지 최근 6경기 모두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달 19일 삼성전(5이닝 무실점)을 제외하면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했고, 팀은 5승 1무를 기록했다.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0.73. 시즌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3.38까지 떨어졌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원태인(3.08)에 이어 둘째로 낮고, 외국인 투수를 합쳐도 리그 4위에 해당한다.

4월까지만 해도 경기마다 볼넷을 2개 정도 허용했지만, 최근 6경기에선 볼넷이 4개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6일 KT전에서 1회 강백호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19이닝째 볼넷이 없다. 류현진 특유의 제구력이 완전히 회복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서 투구 내용도 자연스레 안정되어 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시즌 초반 류현진은 올 시즌 전격 도입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스트라이크존 외곽 보더라인에 꽂아넣는 류현진 특유의 승부구들이 ABS에서는 볼 판정이 나왔고, 류현진은 그때마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개적으로 “경기장마다, 경기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며 목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 마음을 비웠다. ‘ABS에 불만을 가져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걸 받아들였다. 납득이 안 되는 볼 판정이 나오면 인상을 쓰는 대신 머쓱하게 웃으며 넘어가기 시작했다.

12년 만에 돌아온 국내 무대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놨다고 한다. 18일 경기 후 류현진은 “처음엔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힘으로 밀어붙이다 대량 실점도 많이 나왔다”며 “그런 걸 완전히 놔버리면서 나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하니 좋은 경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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