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아닌 밸류다운 정책”…당국에 각 세운 최운열 신임 회계사 회장

최훈길 2024. 6. 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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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대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출, 금융당국에 쓴소리
“신외감법 유지해야”, 금융위 회계정책에 문제제기
이복현 원장 만나 ‘금감원 감리 문제’ 담판도 시사
회계기본법 제정, 美처럼 회계전문기관 도입 강조
“회계 바로 서야 경제 바로 선다” 소신 행보 예고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신임 회장이 현정부의 회계 관련 정책을 “밸류다운(Value Down) 정책”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회계 투명성을 위해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신외감법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회계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감리 문제에 대해선 이복현 금감원장과 만나 담판을 짓기로 했다.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70회 정기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1950년생 전남 영암군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조지아대 경영학 석사·박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증권관리위원회 위원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제18대 한국증권학회 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 회장 △금융감독선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정부와 갈등하더라도…회계 투명성 추진”

최운열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70회 정기총회에서 당선 소감 발표를 통해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을 2018년 강화한 법률)은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투자다. 과감한 규제 개혁을 위해선 회계 투명성 제고가 전제 조건”이라며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지수가 10대 강국 수준으로 향상될 때까지 신외감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최 신임 회장은 이날 오후 임기 2년(연임 가능)의 제47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는 최 전 의원,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가 출마했다. 투표는 소속 회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20대 국회의원 당시 주기적 감사인 지정 제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신외감법을 추진한 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신외감법 사수’를 언급했다.

관련해 최 회장은 현정부의 회계제도 개편에 대해 날을 세웠다. 금융위는 기업들의 회계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완화, 밸류업 우수 기업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를 추진 중이다. 특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는 금융위가 신외감법 개정 없이도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밸류다운 정책”이라며 “정부와 갈등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계투명성은 정말 국가적 과제”라며 “기업인들 입장에서 보면 규제 같기도 하고, 너무 비용이 올라 힘들다고 하지만 단순한 비용이 아닌 기업 가치를 올리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금감원의 감리 방식에 대해서도 이복현 원장과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감원은 중소 회계법인의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하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회계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재무제표와 직접 관련된 것만이 아닌 인사, 노무, 경영 전반을 털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최 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금감원장을 만나 뵐 것”이라며 “말씀을 나누면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19일 정기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아울러 최 회장은 임기 중에 회계기본법 제정을 본격 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회계기본법은 상법, 외감법, 자본시장법 등 곳곳에 산재해 있는 기업회계 법령을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최 회장은 “제대로 된 근본이 되는 회계법을 마련하는 게 공약”이라며 “제정법이라 2~3년 걸릴 텐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한국회계학회와 공동연구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같은 회계기본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처럼 회계 담당 전문기관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처럼 감리 전문가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감리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산하에 회계 전담조직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두고 강력한 권한과 책임 하에 전문적인 회계 감독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최중경 전 회장 때 만들어진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구호는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 지수가 10위권 경제 강국에 맞는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표어가 돼야 한다. 이를 실행에 옳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건물에 최중경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 당시 만든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섭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최운열 신임 회장은 19일 취임해 이날부터 임기(총 2년·연임 가능)를 시작한다. (사진=최훈길 기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후속대책으로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11월 시행된 신외감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기업이 6년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간 금융위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다. 재계는 주기적으로 감사인이 지정·교체돼 경영 고충이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반면, 회계업계·학계는 기업 입맛에 맞는 감사에서 벗어나 회계 투명성·독립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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