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거래 위협적” “역내 미군 주둔 늘어 중국도 우려”···외신, 북러 회담 다양한 분석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데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양국이 이날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대해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협정문에 한 나라가 침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한 평가다.
미국 CBS는 “이날 체결한 협정은 양국이 공격받으면 상호 방어하기로 약속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의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북한 무기를 꾸준히 공급받길 원한다고 믿는다”며 북·러 협정의 의미를 “정략 동맹(allies of convenience)”이라고 축소 해석했다. 당사자 간 애정 없이 이뤄지는 정략결혼처럼 양국이 신의보다는 이해관계에 기초해 협정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로이터 통신 역시 “약속이 군사적 지원으로 확대될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단지 일시적인 정략결혼에 불과한지, 아니면 냉전 기간 양국 관계와 유사한 더 깊고 장기적인 동맹 관계를 나타내는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수 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한국학 수석연구원의 진단을 전했다. 로이터는 “(북한의 푸틴) 환대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러시아가 민감한 군사 기술을 북한과 공유하는 데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이들은) 표면적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나타내며, 강경한 반서방·반민주적 동맹관계에서 위치를 공고히 하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북·러가 각각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발해 온 역사를 지적한 것이다.
가디언은 북·러 친선 관계가 급진전했다며 특히 최근 양국 외교 상황의 변화에 주목했다. 가디언은 “푸틴은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엔 김 위원장에게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전쟁이 발발하면서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2019년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평화 구혼이 결렬된 이후”에 접근 방식을 전환했다고 했다.
일본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이날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 ‘니즈(요구)’가 맞아떨어진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닛케이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지속하는 데에 맞서 러시아는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자국의 ‘무기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특히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포탄 480만 개를 담을 수 있는 규모의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고 언급한 내용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 추정대로라면 북한의 대러 (포탄) 공급량은 서구 측을 능가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북한이 2021년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성능이 뛰어난 지대공 미사일과 방공 레이더를 보유한다면 한·미·일이 운용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에 대항할 수 있다”며 러시아 기술 유입을 북한의 욕구로 봤다. KN-23과 KN-24 등 북한산 미사일을 언급하며 “(북한은) 러시아 수출로 (무기가) 실전에 사용될 기회를 얻었다”고도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 측에 포탄 등을 제공하고, 북한은 보상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지원 등을 받는 상호 의존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서방과 중국의 불안감을 키운다며 역내 외 국가 반응에 주목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와 북한은 최근 몇 달 동안 식량과 석유, 무기 등 다양한 자원을 교환했는데, 이로 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방 국가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 곡물, 관광 등 지원으로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도 미국으로선 불편한 시나리오다. 북한은 이주 노동자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족해진 일손을 북한의 ‘값싼 노동력’으로 채우는 이른바 ‘윈윈’이 성립한다고 WSJ는 짚었다.
북·러 간 밀착으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이 증가할 경우 역내 미군 주둔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군사비 지출 등을 증가시켜야 하는 미국에도 부담이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개입에 불만을 품어온 중국에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반대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발전을 역내 위협으로 인식하는 중국 등 우방국들의 입장을 감안해 북한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건 조심스러워할 수 있다는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원의 분석도 전했다.
CNN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데 착안해 “북한과 러시아, 중국, 서방 간 간극이 점점 커진다”며 “이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통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북·러 협력 확대는 양국의 이해 증진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동아시아 지역 등 국지적 수준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갈등 구도를 심화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이번 회담 결과 국제사회의 북한 핵무기 통제가 더 어려워진다면 “완전히 새로운, 비극적인(tragic)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의 전망을 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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