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5개월만에 일본 골프판 흔들어놨죠"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4. 6. 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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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쇼골프 대표 인터뷰
사츠마골프앤리조트 인수후
규슈지역 매출 증가율 1위
주변서 운영방식 배우러 와
낡은시설 현대식으로 바꾸고
프로 레슨에 한국식 편의점
온천·수영장·테니스장까지
조성준 쇼골프 대표가 사츠마골프앤온천리조트 영상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수 5개월 만에 일본 규슈 지역 골프장 중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제가 말했잖아요. '쇼골프 DNA'로 일본 골프판을 한번 제대로 뒤집겠다고. 보세요 딱 5개월 만에 저희가 매출 증가율 1위를 했어요. 일본 규슈 지역 골프장들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골프계 괴짜'로 알려진 조성준 쇼골프 대표는 특유의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일본 가고시마 '사츠마골프앤온천리조트'를 인수했다. 준비한 게 많다. 제대로 일본 골프판을 한번 흔들어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불과 5개월 만에 일본 규슈 지역 골프장 중 매출 증가율 1위를 차지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일본골프장협회 보고서가 나온 이후 다른 골프장에서 '어떻게 운영하길래 이렇게 달라졌냐?'며 찾아온다"고 말한 조 대표는 "철저하게 '쇼골프 스타일'을 적용한 결과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찾고,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고, 바로 실행한다.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힘든 속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100대 기업인 다이와증권그룹이 소유한 사츠마골프앤온천리조트를 인수한 직후 조 대표는 골프장을 싹 뒤집었다. 가장 잘하는 '힙하게' '재미있게' '젊게'를 콘셉트로 잡았다.

조 대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 쇼골프 전문이다. 카펫 하나까지 낡아 보이는 시설은 싹 갈아엎었다"고 말한 뒤 "주변 관광지로 나갈 때 택시를 부르면 4만~5만원이나 된다. 이걸 보고 자체 셔틀에 렌터카까지 운영한다. 또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게 한국식 편의점까지 만들었다. 공항보다도 싸게 판다"며 웃어 보였다.

물론 급격한 변화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0여 명이나 되는 일본 직원들의 인식도 바꿔야 했다. "처음에는 일본식으로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쇼골프' 식으로 한다. 일본 직원들도 이제는 재미있어 한다"고 분위기를 전한 조 대표는 "우리가 인수하면 20%는 무조건 빠져나간다고 하던 일본 회원들도 그대로다. 시설이 더 좋아지고 현대화되고 유명해졌으니 나갈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한국 직원 5명이 상주하고 수시로 왕래하는 직원도 10명이 넘는다. 조 대표도 한 달에 4~5차례 골프장을 찾아가 살핀다. 이런 열정도 골프장 직원들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고급 리조트에 실내·외 수영장, 온천, 테니스장, 축구장까지 갖춘 골프장. 이곳에서 K팝 콘서트 등 한국 문화를 더 알리고 싶다는 조 대표는 "사실 나는 운이 좋다. 다른 사람들이 비싸게 인수했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비싸고 좋은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기에 '올인원 서비스'를 다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조 대표는 "사츠마골프앤온천리조트의 운영 콘셉트는 '건강'이다. 일명 '마이너스 5(파이브)'. 골프 실력은 5타 줄여주고, 신체 나이는 5세 젊게, 몸무게도 5㎏을 빼주는 건강한 골프 휴양지"라고 밝혔다.

"일단 오전 7시부터 프로골퍼가 레슨 클래스를 운영한다. 또 오후 7시 30분부터는 퍼스널 트레이닝(PT)도 받을 수 있다. 스피닝 클래스도 준비했다"고 말한 조 대표는 "버리는 시간이 없다. 뷔페에 가서 아침을 먹고 레슨 1시간을 받고 라운드한 뒤 쉬다가 운동하고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불면증도 없어지고 젊고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조 대표는 "만족보다는 감동을 주자는 생각을 늘 한다"면서 "'만족'은 그 순간의 느낌이다. 하지만 '감동'은 다르다. 여운이 있고 다시 한번 오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하려면 사람들 예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괴짜다운 생각과 실행력이다. 이렇게 '감동'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권 판매도 대박이 났다. 창립회원은 일찌감치 마감됐고 1차 회원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은 안 한다. 조 대표는 "분양은 최대한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원들이 부킹을 원활하게 하고 '내 집 앞마당'처럼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회원이 적어야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판을 흔들었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골프장의 변신을 본 다른 골프장들이 주목하고 '어떻게 운영하냐?' '분양대행을 좀 해달라'고 문의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본 나가사키 지역의 아이노 컨트리클럽과 시마바라 컨트리클럽을 인수한 모나코 용평과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기도 했다. 또 젊은 골퍼들은 더 건강하게 하고, 나이가 있는 골퍼들은 '요양'이 아닌 '회춘'을 하는 골프장으로 입소문이 나며 국내 건강검진 전문병원이나 액티브 시니어와 관련된 곳에서 문의가 올 정도다.

하지만 만족은 없다. 이제 시작이다. "일단 연착륙했다"고 말한 조 대표는 "쇼골프는 일본 골프장을 3~4개 더 인수해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츠마골프앤온천리조트의 성공 사례를 발판으로 일본에 실시간 예약과 분양 부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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