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게 왔다…속속 `해외 탈출` 한국 부자들, 세계 4번째로 많다

박양수 2024. 6.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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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컨설팅 업체 전망 보고서
중국·영국 '엑소더스', UAE는 '자석'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로이터=연합뉴스]

과도한 상속세에 대한 불만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슈퍼급' 부자들의 이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도 올해 순유출 규모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높은 상속세를 피하려는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점차 커지면서 캐나다에 이어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등 각국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하지만, 한국은 고세율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이 이어 두 번째로 상속세가 높은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 감세'를 둘러싼 정치권의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상속세 인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부자들의 자금 해외 유출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는 18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년 헨리 개인자산 이주 보고서(Henley Private Wealth Migration Report 2024)'를 통해 고액순자산보유자(HNWI)의 국가별 유입·유출 전망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자산정보업체 뉴월드웰스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고액순자산보유자 유출입은 유동성 투자 가능 자산을, 미화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이 타국에서 6개월 이상 머문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은 올해 1200명으로,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은 2022년 400명에서 2023년 800명으로 두배가 되며 7위로 올라섰다. 이어 올해는 다시 50% 증가하며,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유층들이 향하는 곳은 주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분석됐다.

헨리 앤 파트너스의 개인고객그룹 대표 도미닉 볼렉은 "올해 자산가 이주는 총 12만 8000명으로 지난해 기록 12만명을 넘어서며 이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는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 불확실성, 사회 격변 등을 꼽았다.

영국은 올해 부유층 순유출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 이후로 자산가 이탈 추세가 본격화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각지의 부자들이 영국으로 몰려왔는데, 이제는 거꾸로 '엑소더스'가 벌어지면서 2017년부터 6년간 1만6500명이 순유출됐다.

게다가 다음 달 총선 후 부자 과세를 지향하는 야당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 점도 순유출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올해 순유출이 1000명으로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2022년 8500명과 2023년 2800명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또한 대만(400명)은 8위, 베트남(300명)이 공동 9위였다.

반면,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순유입 6700명으로 1위이다. 개인 소득세가 없는 데다,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자석처럼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 부자들이 몰려갔고, 이제는 영국과 유럽인 이주가 많아졌다.

그 뒤를 이어 미국(3800명), 싱가포르(3500명), 캐나다(3200명), 호주(2500명) 등의 순이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중국 부자들의 이주가 늘면서 일본이 400명으로 10위에 올랐다.

가자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순유입국 상위권에서 탈락했다.

볼렉 대표는 "고액 자산가가 많이 증가한 국가들은 이들을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 펼쳤다"고 말했다. 뉴월드웰스의 연구 책임자 앤드루 아몰리스는 "자산가가 이주해오면 외환 수익이 발생하고, 그들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 현지에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고액순자산보유자가 10만9600명으로 세계 15위로 분석됐다. 미국(549만2400명), 중국(86만2400명), 독일(80만6100명), 일본(75만4800명), 영국(60만2500명)이 상위 5위권이다.

한국의 1억달러 이상 자산가는 233명, 10억달러 이상 자산가는 24명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는 2013년 이후 10년간 28% 증가했다.

중국(92%), 인도(85%), UAE(77%), 싱가포르(64%), 미국(62%)은 이 기간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영국과 일본은 각각 8%와 6% 감소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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