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루언서 절반 "작년 2000만원도 못벌어…생계유지가 목표"
美정규직 평균 연봉 5.8만달러의 3분의 1도 안돼
대부분 직접광고로 돈벌어…경쟁 늘고 계약 깐깐해져
"수입 불안정하고 감소 추세…조회수 1000만에 17만원"
틱톡 금지법 시행…내년부터 밥줄 끊길까 노심초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워싱턴주에서 모친과 살고 있는 클린트 브랜틀리(29)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지난 3년 동안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다. 그는 유튜브, 틱톡, 트위치 등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 게임 포트나이트 관련 동영상을 게재하며, 4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평균 조회수는 10만회에 달하지만 지난해 수입은 미 노동통계국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 5만 8084달러(약 8025만원)에 크게 못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로 온라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일명 ‘인플루언서’가 급증했다. 대부분이 SNS 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활동을 시작했지만, 미국 내 크리에이터 상당수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명 중 1명은 지난해 약 2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취약 계층에 속한다고 설명한 브랜틀리는 “온라인 기부나 광고 후원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일정하지도 않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 임대 계약도 망설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브랜드들의 광고 후원도 거래 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내년에 미국 내 틱톡 이용이 금지되면 수입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드만 “크리에이터 48%가 작년 수입 1.5만달러 미만”
골드만삭스가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적으로 500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연간 10~2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광고 시장이 커지거나 단가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파이는 한정될 가능성이 높고, 경쟁은 심화할 것이란 얘기다. 또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보편화하면서 브랜드와 중개해주는 에이전시가 생겨 ‘입’이 늘었고, 광고주의 요구도 깐깐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SNS 플랫폼의 광고 수익 공유, 팔로워의 구독 및 직접 기부, 브랜드 홍보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골드만삭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주요 수익원이 브랜드와 직접 광고를 계약하는 경우라고 답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도 올해 미국 크리에이터들이 총 137억달러(약 18조 9266억원)를 벌고, 이 가운데 81억 4000만달러(59%)는 브랜드 후원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튜브는 “지난 3년 동안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미디어 기업에 700억달러 이상을 지급했으며 현재 광고 수익 공유 모델에 포함된 채널 중 25% 이상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연간 10만달러(약 1억 3818만원) 이상의 돈을 버는 크리에이터는 4%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행사인 네오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지난해 수익을 거둔 크리에이터 가운데 48%가 수입이 1만 5000달러(약 2072만원)를 밑돌았으며, 13%만이 10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수입 불안정하고 감소 추세…조회수 1000만에 17만원”
크리에이터에게 있어 가장 불안한 요소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가 풀타임으로 일하는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지, 또는 콘텐츠의 종류 및 관심 분야, 활동 기간, 팔로워 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아울러 유급 휴가, 건강보험 혜택, 퇴직연금 및 기타 복지 등 정규직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없다.
앨러배마주에 거주하는 제이슨 쿠퍼(37)는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이나 퇴근 후 틱톡과 트위치에 ‘아재 개그’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한 가정의 아버지인 그는 “몇 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멋진 회사를 꿈꾸기도 했다”며 “현재 한 달에 500~600달러(약 69만~83만원)를 벌고 있고, 대부분은 개인 기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업으로 하기엔 돈을 벌 수 있다는 어떠한 확신도 없고 건강보험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수입도 지속 줄어드는 추세다. 290만명의 틱톡 팔로워를 둔 언어 및 기타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발 벤-하윤은 “2023년 초까지는 월 4000달러(약 552만원) 이상의 청구서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틱톡의 크리에이터 펀드 폐지 이후 새로운 보상 프로그램 테스트할 당시엔 조회수 100만회당 200~400달러(약 28만~55만원)를 받았다. 이후 보상이 꾸준히 줄었고 최근엔 조회수 1000만회 영상이 120달러(약 17만원)로 최저 기록을 갱신했다”고 말했다.
틱톡 금지법 시행…내년부터 밥줄 끊길까 노심초사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미국 내 틱톡 이용이 금지될 수 있다. 틱톡 금지법 시행으로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내년 1월 19일까지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 미국 내 틱톡 이용자는 1억 7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여기엔 미 성인 3분의 1이 포함되며, 미국인들의 틱톡 이용 시간은 평균 78분으로 조사됐다.
틱톡으로 생계를 유제하는 브랜든 그랜스버그(31)는 “지난 수년 간 팔로워 수를 5000명에서 100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틱톡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나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팬데믹 기간 SNS 이용이 급증하면서 패션, 투자, 라이프스타일, 해킹 등 틈새시장을 공략했던 크리에이터들은 큰 혜택을 누렸지만, 대부분은 부자가 되지 못하고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들에겐 생계 유지만으로도 높은 목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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