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입 통해 과일값 내리자" VS 농림부 "수입할 만큼 다 하고 있다"

최정희 2024. 6. 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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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영세농가, 노동생산성 낮다 vs 총요소생산성으로 따져라
② 사과 품종 고작 5개, 수입하자 vs 수입과 가격 연관성 없다
③ 유통비용 높다 vs 미국, 일본보다 안 높다

[이데일리 최정희 이지은 기자] 사과 등 농산물을 수입해 물가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농림부는 한은 보고서에 대해 농업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물가만 따져 단선적으로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8일 물가안정 상황 점검회의에서 사과 등 농산물 수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료품 가격은 199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2배 수준이었는데 작년 1.5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예컨대 사과는 OECD평균 대비 279% 가량 비쌌고 돼지고기, 감자도 200% 넘게 더 비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 한은)


◇ 한은 “과일 수입 확대해서 농산물 가격 낮춰야”


한은은 농산물 가격 수준이 날이 갈수록 점차 주요국 대비 더 비싸진 이유를 인구당 경작지가 적고 농가가 고령화되고 영농 규모가 작아 ‘노동생산성’이 낮은 점을 꼽았다. 농가의 노동생산성은 OECD국가(33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유통 비용 상승도 농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소비자 가격 대비 유통비용 비중은 1999년 39%에서 점차 상승, 2022년 50%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은은 과일 수입 개방이 덜 됐다고 지적했다. 곡물은 수입 개방도가 높은 반면 과일은 낮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과일·채소의 수입 비중은 각각 40%, 30%로 미국이 70%, 50%인 것에 비해 크게 낮다. 수입과일 가격은 국산에 비해 변동성이 낮아 수입이 늘어나면 국내 유통과일의 다양성이 제고되고 가격 변동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유통 사과의 주요 품종은 고작 5종으로 그중 3분의 2가 부사에 집중된 반면 수입 개방이 높은 미국과 유로지역의 품종은 각각 22종, 15종에 달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4월 사과 가격 급등 사태 당시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변화”라며 “기후변화 속에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의 정책을 유지할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농림부 “한은이 제시한 3가지안, 이미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송 장관은 1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보고서에 대해 “농업 분야는 특수성이 있는데 물가 중심으로 단선적으로만 분석했다”며 “반드시 수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송 장관은 “가장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수입 개방”이라며 “보통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역량을 기준으로 개방도를 보는데 우리나라가 낮지 않다. (농산물을) 수입하면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근은 수입되는데 당근 가격 안정성이 높지 않다”며 “음식점에선 수입 당근을 먹지만 본인이 살 때는 국산 흙당근을 사먹는다. 시장 자체가 세분화돼있다”고 덧붙였다. 한은도 농산물 수입에 속도를 과도하게 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 과일이 크게 증가할 경우 국내 생산 구조가 위축될 수 있어 오히려 가격이 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수입 속도는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송 장관은 “개방이 안 된 품목이 없을 정도로 농산물이 개방돼 있다”며 “검역 협상중인 품목을 제외하고 다 개방돼 있다. 농민단체에선 수입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유통비용에 대해서도 “유통 구조를 효율화해야 하지만 미국, 일본 선진국 등과 비교해도 유통비용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과 유통비용률은 45.1%인 반면 미국은 68%다. 그러나 미국은 상대적으로 과일 가격이 낮아 유통비용률이 높고 땅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농가의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송 장관은 “토지생산성으로 보면 우리나라 만큼 높은 곳이 없다”며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총요소생산성을 쓴다. 총요소생산성으로 비교해야지, 영세한 농가가 많다고 해서 생산성이 낮다고 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에 따르면 경지면적당 생산액은 헥타르당 2만6000달러로 OECD국가중 가장 높다. 그러나 한은은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농산물 가격이 반영된 것이지, 인구 대비 경작면적의 낮은 비율과 영세농가의 높은 비중 등에 비춰보면 경지면적당 생산액을 일반적인 생산성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 장관은 한은이 제시한 농가의 생산성 향상, 수입 개방 확대, 유통비용 인하 등과 관련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며 “특별히 논평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농업 강화, 벌크유통 시범 도입 등으로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유통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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