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사업장 80%, 기본급이 법정 최저시급보다 낮아”

김지환 기자 2024. 6.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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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입범위 개편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
통상시급이 최저시급보다 낮아진 사업장 18%
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2018년 5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 중 기본급이 법정 최저시급보다 낮은 사업장이 10곳 중 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여금, 식비·교통비 등 현금성 복리후생비도 매월 지급만 하면 최저임금 항목에 포함되면서 사용자가 기본급을 올리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무력화된 만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영향 평가’ 토론회에서 올해 2월 118개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취합한 급여명세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118개 사업장 중 94곳(79.7%)에서 기본시급이 법정 최저시급보다 낮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이전에는 ‘최저임금=기본급’이 성립할 정도로 기본급이 최저시급보다 낮은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는 기본급이 최저시급보다 높은 사례가 드물어졌다. 앞서 국회는 2018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잇따르자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은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했다.

오 실장은 “사용자들은 산입범위 개편 이후 기본급은 낮게 유지한 채로 월할 상여금과 수당을 적절히 활용해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는 다양한 꼼수를 개발했다”며 “이런 수법을 쓰면 최저임금이 올라도 임금을 제자리에 묶어둘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저임금노동자 임금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118개 사업장 중 21곳(17.8%)은 통상시급이 법정 최저시급보다 낮았다. 이는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항목이 늘어난 데다 사용자들이 상여금 지급 시 ‘재직자 조건’을 붙여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면 통상임금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없다고 간주된다. 오 실장은 “연장·야간근로수당 등 법정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질 경우 사용자들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118개 사업장 중 28곳(23.7%)은 주휴수당·유급휴가수당 산정 기초가 통상임금이 아니라 기본급이었다. 기본급이 법정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기본급을 기초로 할 경우 휴일에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을 받는 셈이다. 주휴수당·유급휴가수당 산정 기초에 대한 명문의 법 규정은 없으나 대법원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오 실장은 “예전에는 기본급이 곧 통상급인 사례가 많았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산입범위 개편에 따라 기본급은 그대로 두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 월할 지급을 통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다 보니 기본급과 통상급의 거리가 벌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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