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법사위·운영위 1년씩” vs 야당 “대통령 거부권 1년 중단”
국민의힘이 19일 더불어민주당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위원장직을 1년씩 번갈아 맡자고 제안했다. 원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추가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향후 1년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중단을 조건으로 걸며 사실상 제안을 거절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협상 시한을 이번 주로 못박고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구하기 등의 이유로 (앞선 제안들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면 법사위, 운영위를 1년은 민주당이 맡고 1년 뒤엔 국민의힘에 돌려달라”고 밝혔다.
그는 공개 제안에 앞서 그간의 협상 상황을 공개했다. 당초 민주당에 법사위원장직을 달라고 했지만 불발된 뒤 운영위원장직이라도 달라고 수정 제안을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여당 제안 공개를 통해 민주당을 겨냥한 ‘의회 독재’ 프레임을 부각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나 거대 야당인 제1당(민주당)도 진정성 있는 수정 타협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주셔야 한다”며 “국회는 끊임없이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고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협치를 이뤄내야 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전날에는 원구성이 불법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놓고 하루 뒤엔 ‘1년씩 나눠서 하자’는 게 말이 되나”라며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향후 국민의힘이 세 가지 조건을 지켜 신뢰를 회복할 경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윤 대통령이 향후 1년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국민의힘이 국회 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적극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뤄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동에서도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에 규정된 것이다.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삼권분립이 규정된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역제안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구성 협상의 핵심은 총선 민심을 수용하느냐 여부”라며 “윤석열 정권은 거부권 남발로 입법부를 2년 동안 무시하고 불능화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원구성의 핵심”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여야의 협상 시한을 이번 주로 못박았다. 우 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늘 양 교섭단체 대표에게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고 최종 통지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6월 임시회의 회기는 7월 4일까지”라며 “회기 내에 국회법이 정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마치려면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구성 협상 상황을 의원들에게 공유하고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도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원구성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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