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의 영웅에서 우크라이나의 악당으로’···루닌 골키퍼 유로 데뷔전 실수에 팀원에 사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빛났던 그 골키퍼 맞아?
우크라이나 골키퍼 안드리 루닌(25)이 별렀던 무대 유로 2024 첫경기부터 실수로 골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동료들에게 사과하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19일 ‘루닌의 저주 30일’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던 그는 B형 독감에 걸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의 유로 데뷔전에선 실수하며 사과해야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18일 독일 뮌헨에 위치한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유로 2024 E조 1차전에서 루마니아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우크라이나가 믿었던 ‘레알 골키퍼’ 루닌의 활약이 아쉬웠다. 루닌은 전반 29분 수비수의 백패스를 받은 뒤 짧은 킥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 킥이 루마니아 데니스 만에게 향했다.
만은 니콜라에 스탄치우에게 패스했고, 스탄치우가 날린 왼발 슈팅이 그대로 우크라이나 골망을 흔들었다. 루닌의 실수로부터 시작된 실점이었다.
후반 들어 루마니아가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8분 마린이 기습적으로 때린 중거리 슈팅이 우크라이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린의 슈팅이 강력했지만 루닌도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으나 다소 반응이 늦어 그의 손을 뚫고 골문으로 향했다.
루마니아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만이 스탄치우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문전으로 패스를 넣었다. 이를 드라구스가 마무리했다. 루마니아의 3-0 완승으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 후 루닌은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첫골을 어이없게 내준 게 결정적인 패인이 됐기 때문이다. 루닌은 “팀원들에게 사과한다. 내 실수는 경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다음 경기를 위해 다시 일어나겠다”라고 말했다.
루닌은 2019 U-20 월드컵 우승을 일구며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한 골키퍼로 국내 팬에게도 친숙하다. 당시 이강인이 맹활약하며 준우승한 한국을 결승에서 눌렀던 우크라이나의 주전 수문장이 루닌이다. 그 때 활약을 인정받아 세계 최강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임대 생활을 하면서 기회를 노리던 그는 2020-21시즌부터는 임대를 가지 않고 레알 마드리드에 머물렀다. 티보 쿠르투아에 막혀 출전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2022-23 시즌엔 12경기에 나서며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23-24시즌엔 쿠르투아가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마침내 주전으로 나섰다. 그는 31경기 12클린시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특히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승부차기에서 두 번이나 상대의 킥을 선방하며 팀의 대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4강 바이에른 뮌헨전까지 맹활약했던 그는 도르트문트와의 결승을 앞두고 B형 독감에 걸려 마지막 승부를 치르지 못했다.
독감 여파로 우크라이나 대표팀에 와서도 지난 8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결장하고, 12일 몰도바전(4-0 승)부터 나섰다.
루닌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며 유로 첫 판을 별렀지만 뼈아픈 실책으로 팀 패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마르카’는 “루닌은 챔피언스리그 4강전 이후 유로 대회까지 30일이 채 지나지 않아 레알 마드리드의 영웅에서 우크라이나의 악당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21일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루닌이 1차전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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