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상장 예심 승인 취소…IPO 시장 찬물 끼얹나

박순엽 2024. 6. 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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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 이래 최초 사례
‘최대 주주 지위 분쟁’ 관련 내용 뒤늦게 신고
IPO 시장 신뢰 하락 우려…주관사 ‘실사 강화’
“주관사 강제 권한 없어 실사에도 한계 있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이노그리드의 코스닥 상장이 좌초됐다. 이노그리드가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최대 주주의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빠뜨렸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가 제동을 걸면서다. 증권신고서를 일곱 차례나 정정하면서 이 같은 내용은 6차 신고서에서야 등장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파두 사태의 충격을 딛고 올 들어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노그리드의 사례가 기업공개(IPO)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비심사 통과 이후 승인 효력 불인정’ 사상 처음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18일 제10차 시장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거쳐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 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거래소가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 승인 결과 효력을 불인정한 사례는 1996년 코스닥시장이 문을 연 이래 처음이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최대 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거래소 측은 “이노그리드는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상장 예비심사 단계에서 해당 사실을 심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거래소 심사 과정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2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 11개월 만인 지난 1월 말 이를 통과해 거래소 IPO 심사 기간 최장 기록을 썼다. 이후에도 증권신고서를 일곱 차례 정정하면서 투자 위험 요소를 계속 추가해왔고, 이에 따라 상장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최대 주주의 지위 분쟁 관련 내용은 지난달 27일 제출한 6차 정정 신고서에 게재됐다. 이노그리드는 6차 정정 신고서에서 “과거 최대 주주였던 법인과 해당 법인의 최대 주주 상호 간 당사 발행 주식 양수도 및 동 주식에 대한 금융회사의 압류결정 등과 관련해 분쟁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노그리드는 거래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노그리드 측은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제8조 상장 예비심사 결과의 효력 불인정에 따라 회사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 효력이 불인정돼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말했다. 이노그리드는 이번 효력 불인정 결정에 따라 앞으로 1년 이내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이노그리드 CI (사진=이노그리드)
주관사 ‘실사 강화’에 “강제 권한 없어 한계”

시장은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파두 사태에 이어 이번 이노그리드 사태까지 더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상장을 주선하는 주관사의 실사 책임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대 주주 관련 사안 등 투자 판단에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는 사항을 주관사가 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노그리드는 문제가 된 사항을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주관사 실사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가 내놓지 않는 자료를 강제하는 주관사는 없을 것”이라며 “주관사는 강제적인 권한이 없어 실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로 파두 사태로 높아진 상장 문턱이 더 높아지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칫 호황기를 맞았던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앞으로 거래소가 최대 주주 관련 사안 등에 대해 더욱 꼼꼼하게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셈”이라며 “이런 사례가 나온 만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도 최종적으로 상장이 되기 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거짓을 기재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할 시 현재 1년으로 정해진 상장 예비심사 신청 제한 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신청서 작성 요령에 필수기재 사항에 대한 자의적 판단 지양과 중요 사실 누락 시 제재내용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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