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20시간 일했다”…일본 청년, 여전히 과로사 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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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적 규모의 일본 광고회사 '덴츠' 직원이던 다카하시 마츠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일본 명문 도쿄대를 졸업한 지 1년여만인 그해 12월, 이른바 '과로 자살'로 불리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죽음 한해 전인 2014년, 일본에선 '과로사'라는 단어를 처음 법률에 사용해 국가의 관련 대책 마련 의무를 적시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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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젊은층·남녀 가리지 않고 과로 질환
“하루 20시간씩이나 회사에 있으면 더는 뭘 위해 사는지 모르겠어서 웃음이 나온다.”(새벽 4시 1분)
“지금 집에 간다(T ^ T).”(새벽 5시 39분)
2015년 세계적 규모의 일본 광고회사 ‘덴츠’ 직원이던 다카하시 마츠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일본 명문 도쿄대를 졸업한 지 1년여만인 그해 12월, 이른바 ‘과로 자살’로 불리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나이가 24살에 불과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과도한 업무가 주어지면서, 그는 정규 근무 시간을 뺀 초과 근무만 한 달 100시간 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죽음 한해 전인 2014년, 일본에선 ‘과로사’라는 단어를 처음 법률에 사용해 국가의 관련 대책 마련 의무를 적시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마련됐다. 하지만 법안 하나가 과로로 악명 높은 일본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다카하시의 죽음은 이듬해 9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그의 죽음을 조사한 뒤 덴츠 쪽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회사는 재판을 거쳐 50만엔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다카하시의 상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일 “당시 사건 여파로 장시간 노동 등 노동 관행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고, 잔업 상한 규제를 포함하는 관련법도 2018년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다카하시의 어머니 유키미씨는 이 신문에 “회사는 당신의 일을 대신할 사람을 구할 수 있지만, 당신의 인생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유키미씨는 딸의 죽음 이후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 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과로사를 막기 위한 강연과 공익활동으로 전국을 돌고 있다. 그는 “‘과로사가 남의 일만이 아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특히 과로사가 주목받은 게 버블 경제가 한창이던 1980년대 후반이다. 당시 직장인 상당수가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면서 주로 중장년층 남성들이 뇌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잇따랐다. 반면 최근에는 신체가 건강한 젊은층뿐 아니라,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과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22년 과로로 인한 뇌·심장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경우가 194건이었다. 이 가운데 90%가 40대 이상이었고, 성별 기준으로 90%가 남성이었다. 반면 같은 해, 과로로 인해 정신장애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는 710건으로 뇌·심장 질환의 3배를 훌쩍 넘었다. 연령대도 중장년층에 국한되지 않고 20∼30대가 절반에 이르렀다. 성별 역시 여성이 45%나 됐다.
오는 20일은 일본에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도입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 법조계에서는 관련법 제정 뒤 ‘과로사’와 ‘일하는 방식 개혁’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졌다는 데 적지 않은 성과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 갑질’을 당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나, 프리랜서 노동자처럼 직장 내 강요 없이 겪게 되는 과잉 업무도 과로의 영역에서 논의되고 있다.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 전국 센터’ 쪽은 아사히신문에 “프리랜서는 심장병이나 우울증에 걸려도 자기 책임이 된다”며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단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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