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바람 못 탄 DGB금융…황병우 회장의 이유 있는 미국행

정윤성 기자 2024. 6. 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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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상장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주가 하락세…외국인 지분 45% 수준
해외 투심 유치로 반등 모색 시도…실적으로 이어져야 주가 반등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최근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이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해 관심이 모인다. 은행권에선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제고) 프로그램 영향으로 은행주들의 주가가 상승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적었던 DGB금융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황 회장이 발로 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회장은 해외 기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을 주가 반등의 열쇠로 꼽는 모습이지만, 밸류업 수혜가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5일 iM뱅크 시중은행 전환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DGB금융그룹 제공

취임 100일 앞두고 美 출장…첫 IR 일정 소화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IR을 개최했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은 임직원들과 미국 뉴욕,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닷새 간 IR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IR은 지난 3월 황 회장이 공식 취임한 이후 그룹의 중기 전략 추진과제로 꼽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첫 번째 행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iM뱅크로 탈바꿈한 후 진행한 첫 번째 IR 일정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DGB금융이 미국 IR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태오 전 회장은 재임 시절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황 회장의 경우 아직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IR에 나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른 미국행에는 중대 변화를 맞은 DGB금융의 현재 상황을 일찍이 해외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iM뱅크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함에 따라 기존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도권, 강원권 등 전국구 공략에 나서게 됐다. 이 같은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발 빠르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이다. 황 회장 역시 대구은행장 시절 시중은행 전환을 진두지휘한 만큼 시중은행으로서의 새로운 전략을 직접 설명하고, 그룹의 핵심 성장 전략 등에 대해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 관계자는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주주와의 쌍방향 소통 강화와 이를 통한 향후 균형감 있는 경영 의사결정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참여자와 신뢰 구축을 위해 꾸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장 금융지주들, 두자릿대 주가 상승률…유일하게 뒷걸음질

이같은 목적 이면엔 저평가되는 주가에 대한 고심도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크게 저평가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바람을 타고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음에도 DGB금융은 수혜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종가 기준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7930원이다. 올해 들어 5.23%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금융의 주가는 44.4%, 하나금융지주가 36.44%, 신한지주가 16.13%, 우리금융지주가 9.96%로 일제히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 주가 역시 BNK금융지주가 13.4%, JB금융지주는 22.31% 상승했다. 7개 상장 금융지주 중에서 올 들어 유일하게 주가가 하락한 셈이다.

그간 밸류업에 남다른 의지를 보여온 황 회장은 주가 반등을 꾀해야 한다고 밝혀온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황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지주 전무였던 2022년에는 세 차례 자사주를 사들여 1만 주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는 등 현재 총 2만여 주를 갖고 있다. 이번 IR을 앞두고는 황 회장과 DGB금융을 비롯한 전 계열사 경영진은 자사주 총 16만 주를 장내 매입하기도 했다.

iM뱅크 본점 전경 ⓒDGB금융그룹 제공

낮은 외국인 지분율 확대 절실…내실 다지기도 숙제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의 특징은 외국인 보유 지분이 높다는 점이다. 올 들어 금융지주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KB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76.61%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도 60%이상의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DGB금융은 44.95%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황 회장이 미국 IR에 나선 근본적인 이유다. 

다만,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황에 충분한 투심을 끌어들이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분기 DGB금융은 111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3.5% 감소한 수치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익스포저에 대한 대손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꼽혔다. 오는 2분기 역시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이 본격화됨에 따라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PF 추가 충당금 규모가 상당폭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실적 개선과 외형 확대가 선결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중은행 전환, 여수신 기반 확대는 긍정적이나 동시에 자본비율 하방 압력도 증대할 것으로 보여 비은행 위험가중자산(RWA) 조정 등 자본비율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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