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급여 年 510만원 증액···재원 마련·국회 동의 과제

세종=양종곤·조윤진 기자 2024. 6.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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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책]일·가정 양립 제도 개선
휴직기간 1년 6개월로 늘리고
年 1회 '2주단위' 휴직도 도입
배우자 출산휴가 20일로 확대
첫 아이 출산가정에만 정책초점
청년층·둘째 아이 배려는 부족
11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견학 중인 어린이들이 옥수수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9일 발표한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개선하고 조 단위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비롯한 일·가정 양립 제도 전반을 현장 수요에 맞게 대폭적으로 뜯어 고쳐 부부가 직면한 육아·돌봄의 어려움부터 적극적으로 해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과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도 주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액 연 1조 원 확대=이날 발표된 대책은 크게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등 세 갈래다.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정책 분야는 일·가정 양립이다. 독일도 1990년대 초반 낮은 합계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과제로 내건 게 일·가정 양립이었다.

현장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목된 육아휴직제도가 크게 달라진다. 우선 1회 사용할 때 최소 30일 이상 써야 하는 최소 기간이 다양화된다. 정부는 연 1회 2주 단위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돌봄 수요가 몰리는 등 근로자가 원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대책을 통해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가 2회에서 3회로 늘어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최대로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1년 6개월(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사용 시)로 확대된다.

특히 육아휴직을 쓸 때 받는 급여 수준도 크게 오른다. 현재 휴직 기간 급여의 월 상한은 150만 원(통상임금 80%)이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처음 사용하는 3개월간 상한을 월 250만 원(통상임금 100%)으로 높이고 이후 3개월은 월 200만 원(통상임금 100%), 이후 6개월은 월 160만 원(통상임금 80%)으로 상향 조정했다. 1년 급여로 환산하면 현재 1800만 원이던 총급여 상한이 2310만 원으로 크게 뛴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을 위해 연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들의 혜택도 크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10일에서 20일로 확대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사용 연령도 8세에서 12세로 상향된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신청 기간도 36주 이후에서 32주로 앞당겨졌고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도 10일에서 20일로 늘었다. 이정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육아휴직이 이번처럼 동시에 대대적으로 개선된 것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처음일 것”이라며 “정부 임기 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50%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난임 시술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는 여성 1명당 체외수정 20회, 인공수정 5회 등 난임 시술을 총 25회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 기준을 ‘아이 1명당’으로 바꾼다. 첫째 아이 임신 때 25회 지원을 받았어도 둘째 아이 역시 다시 25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는 등 난임 시술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45세 이상의 경우 50%인 난임 시술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도 30%로 인하한다. 현재 본인 부담률이 5%인 제왕절개 비용도 무료화하기로 했다.

이외 정부는 25~49세 남녀 가임력 검사 지원을 결혼 여부 및 자녀 유무와 무관하게 최대 3회 지원하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영구 불임이 예상되는 경우 이들의 난자·정자 동결 및 보존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고령이라도 양육 능력이 충분하다면 입양을 할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상 연령 제한을 삭제하고 예비 양부모 및 가정 위탁 풀도 확대하는 등 국내 입양도 활성화한다.

◇첫 출산 가정에만 초점···청년 안배 부족=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안에 파격적인 대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예산과 조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육아휴직 급여 인상도 연간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구직급여)도 지출하는 구조인 탓에 이 기금은 예수금을 제외하면 약 3조 원 넘게 적자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안에 어떤 사업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모두 빠져 있다”며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여야 갈등이 나날이 심화된 탓에 이번 대책이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저출생 대응 법안의 경우 여야 간 이견이 비교적 적다. 하지만 부모 육아휴직 최대 3년 보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명 모성보호 3법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자동 폐기됐다. 게다가 대책이 원안대로 시행되려면 내년 정부 예산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에 대해 혜택 부족 보다 장시간 근로, 경직된 근로시간제, 여성으로 쏠린 가사 부담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아왔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다수 중소기업, 간호업 등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현장은 이번 대책의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유진성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현금성 가족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오를 경우 합계출산율이 0.06명 증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에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해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과 둘째 아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대책에서 방점을 찍은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새롭게 아이를 출산하는 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청년 정책도 많이 누락됐다”며 “예전에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도 정책 대상이 됐고 이들을 끌어오려는 노력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기혼자만을 대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책 컨트롤타워에 대한 문제도 숙제다. 예산 사전 심의제 등 예산 권한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갈등, 신생아 특례 등 각종 혜택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충돌은 앞으로 해소해야 할 이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처 신설로 정책이 더 힘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부처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양종곤·조윤진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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