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제3도시’ 공격 시사한 헤즈볼라···이스라엘 “전면전 임박” 경고
이스라엘 “레바논 공격 작전 계획 승인” 발표
전면전 시 양측에 큰 피해…바이든, 특사 파견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을 벌여온 이스라엘군이 18일(현지시간) ‘레바논 공격 계획’을 승인하며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양측의 충돌이 격화한 와중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군사 및 민간시설을 상공에서 촬영한 드론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전을 벌였고, 이스라엘군은 즉각 ‘전면전’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와 그 주변 등을 상공에서 찍은 9분31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하이파는 이스라엘 제3도시로 레바논 국경에서 약 27㎞ 떨어져 있다.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인 탈레브 압둘라가 사망한 후 양측이 공격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 헤즈볼라가 민간인이 밀집한 하이파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매일 로켓·드론·미사일 공격 등 공중전을 벌여왔으나, 대체로 전투가 국경 지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헤즈볼라가 공개한 드론 촬영 영상에는 고층 건물이 밀집한 민간인 지역이 포함된 것은 물론 인근 공항과 군 기지 2곳 등 민감한 시설이 고스란히 찍혔다. 이스라엘군의 아이언돔과 미사일 저장 시설, 항구에 정박한 군함과 선박, 석유 저장고 등이 헤즈볼라 드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하이파 공격을 암시한 것이라며 ‘전면전’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게임의 규칙을 바꿀 결정의 순간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전면전 시 헤즈볼라는 궤멸할 것이고 레바논은 심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이 승인됐다”며 “현장에서 병력의 준비 태세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을 목격했던 북부지역 주민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요나 야하브 하이파 시장은 이 영상이 “하이파와 북부 주민들에 대한 심리적 테러”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도시 방어 계획을 요구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 승인이 즉각적인 전쟁 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면전을 위한 채비를 마치며 중동지역 내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양측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레바논 주둔 유엔 특별조정관과 평화유지군 사령관은 “양측이 상황 오판으로 더 큰 분쟁을 촉발할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헤즈볼라의 전투력을 고려할 때 전면전 시 이스라엘과 레바논 모두에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정규군을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군사·정치조직이며, 가자지구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하마스보다 훨씬 우월한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로켓 정도만 보유한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지점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의 공습 수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즈볼라는 이날 공개한 영상이 ‘첫 번째 에피소드’라며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을 찍은 더 많은 영상이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때보다 더 강력하게 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이자 군사 분석가인 슐로모 브롬은 “전면전 시 국경지대는 물론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까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가 베이루트 남부를 공격하는 것처럼 민간인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와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꼽히는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며 이스라엘과 국경 일대에서 무력 충돌을 이어 왔다.
이로 인해 지난 8개월간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에서 15만명 이상이 피란을 떠났다. 이스라엘 북부에선 민간인 11명을 포함해 28명이 사망했고, 레바논에선 민간인 90여명을 포함해 460여명이 숨졌다.
미국 정부는 대선을 불과 5개월 남겨두고 중동지역 내 확전 가능성이 커지자 초조한 기색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대통령 수석 보좌관을 이스라엘과 레바논에 특사로 파견해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다만 호크스타인 특사는 레바논에선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만나지 않고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이 적은 나지브 마카티 총리 등 정부 인사들만 만났다. 미카티 총리실은 “레바논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나 전면전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측에 큰 부담이기 때문에 쉽게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레바논 역시 2006년에 이어 다시 한번 이스라엘과 맞붙기엔 경제난이 심각하다.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인 아사프 오리온은 NYT에 “양측은 끊임없이 상대방의 레드라인에 도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어느 쪽도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언제든 쉽게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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