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0명 목표…기존 정책 확대 ‘총력’, 사회구조 그대로 ‘한계’
장시간 노동 구조 개선 대책 등 빠져
정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겠다며 ‘총력 대응’에 나선다. 현 상황을 ‘인구 국가비상사태’라며 단기 육아휴직, 결혼 특별세액공제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3년 뒤인 2027년까지 저출생 추세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이낳기를 포기하거나 꺼리게 만드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남성 출산휴가, 육아기 유연근무제, 공공주택 공급 등 기존 정책을 이어 확대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19일 오후 회의를 열어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범국가적인 저출생 대응을 위해 저고위는 대통령과 저고위 부위원장, 민간위원, 관계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인구 비상대책회의’로 전환해 매달 개최한다. 인구전략기획부(가칭) 신설과 연계해 저출생 대응 관련 예산사업에 사전심의제를 도입하고, 인구위기대응 특별회계(가칭) 신설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책은 크게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3대 핵심분야로 삼았다. 이 가운데 일·가정 양립 지원에 중점을 뒀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린이집이 휴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2주짜리(1년 기준) ‘단기 육아휴직’을 새롭게 도입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육아휴직 월 급여상한은 최대 250만원으로 오른다. 또 출산휴가 신청과 함께 육아휴직도 통합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양육 부문에서는 무상교육·보육, 늘봄학교 확대 등이 강조됐다. 유치원·어린이집을 기본 운영시간 8시간에 더해 돌봄 4시간(아침 2시간+저녁 2시간)을 더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시간제 보육기관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린다. 아이돌봄서비스 수요 증가를 고려해 2027년까지 30만 가구를 목표로 공급을 늘릴 예정이다. 아직 논란이 많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은 내년에 바로 본사업에 돌입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 등에 가사돌봄 취업을 허용하는 시범사업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물량은 당초 연간 7만호에서 12만호 이상으로 공급을 확대한다. 올해 안으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 신규택지를 추가 발굴하고,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공공주택을 공급한단 계획이다. 또 2025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을 3년간 한시적으로 2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완화하고, 새롭게 출산한 가구의 특별공급 기회도 확대한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새로 도입하고, 자녀세액공제는 10만원씩 늘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출산 결심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동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보다 현재의 장시간 노동 구조를 바꿔야한단 지적이 이어졌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 틀을 바꾸는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과도한 입시경쟁을 완화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등도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지목되는 성평등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현 정부가 감세 기조를 펼치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도 관건이다. 저고위는 “좋은 일자리 창출, 과도한 경쟁완화를 위한 공교육 내실화, 지방균형발전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존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단 비판이 나온다. 기존의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못 했단 지적이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과거 정부의 저출생 정책이 안이했고, 대응에 실패했다 평가하지만 이번 대책의 내용도 이전 정부들의 대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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