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합산 연봉 2억5천만원’ 가구도 신생아특례대출 가능

유희곤 기자 2024. 6. 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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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85㎡ 이하 주택 대상 최대 5억 대출
고연봉자도 저리 정책자금 혜택
결혼 전 청약 당첨돼도 신혼이면 특공 가능
위장결혼·이혼 청약 우려에 “부작용 방지 검토”

자녀 출생가구의 주택 자금을 지원하는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 사실상 전 계층으로 확대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2억5000만원인 가구도 내년부터 3년 안에 자녀를 낳으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 매입이나 전세 자금을 빌릴 수 있다. 그동안 생애 한 번만 당첨이 가능했던 공공·민간분양 특별공급(특공)도 신혼부부는 재당첨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상대적으로 출생율이 높은 고소득층까지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위장결혼과 이혼으로 특공에 여러번 당첨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3대 분야 15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분야 과제 중 하나로 2025년 1월1일 이후 출산 가구는 3년 한시로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해 1월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입양) 가구가 이용할 수 있다. 전용면적 85㎡(읍·면 지역은 100㎡) 이하인 9억원 이하 주택 매입자금(디딤돌) 최대 5억원, 수도권 5억원·지방 4억원 이하 주택 전세자금(버팀목) 최대 3억원을 빌릴 수 있다. 금리는 디딤돌 대출이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요건과 상환기간(10·15·20·30년)에 따라 최저 연 1.60%, 최고 3.30%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요건 변경은 벌써 두 번째다. 올 1월29일 출시 당시에는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었으나 이후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는 2억원 이하까지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책 발표로 내년부터는 부부 합산 연봉 2억원이 넘는 가구도 자녀를 낳으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분양 물량이 많고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보다는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은 수도권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출생율 감소가 더 두드러진 저소득층 위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과는 거리가 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소득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저소득층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고, 현금지급도 저소득층에 더 많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과 2019년의 가구주 나이 15~49세 100가구당 출산가구를 소득계층별로 분석한 결과, 두 해 모두 상위층(2010년 7.63가구·2019년 5.78가구)이 하위층(2.72가구·1.34가구)보다 출산가구가 많았고 감소율도 낮았다. 중위층의 출산가구는 각각 6.50가구와 3.56가구였다.

이에 대해 이기봉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수 십억원의 고가 주택 매입자금까지 지원하는 게 아니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지원방안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임대 거주지원 강화를 위해 올해 이후 신규 출산가구는 소득과 자산에 관계없이 최대 20년간 공공임대 재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주거 안정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2세 이하 자녀 가구의 더 넓은 주택으로의 이주도 지원하고, 공공 및 민간임대의 신생아 우선공급 물량도 신설·확대하기로 했다.

출산 및 신혼가구의 청약 특공 기회도 확대된다. 특공은 국가 정책상 또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로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는데, 출산·신혼가구는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출산 가구는 특공에 당첨된 적이 있어도 한 번 더 특공(신생아·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유형) 청약을 할 수 있다.

신혼부부도 결혼 전 청약에 당첨된 적이 있더라도 다시 특공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배우자의 당첨 이력을 배제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본인까지 확대한 것이다. 무주택 조건도 지금까지는 혼인 신고 시점부터 따졌지만 앞으로는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에만 보유 주택이 없으면 된다.

구체적인 규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면서 특공에 여러 번 당첨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신혼 특공으로 아파트를 마련한 후 값이 오르면 처분한 뒤 다시 특공을 신청해 신축 주택을 분양받는 식이다.

이는 무주택 신혼부부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2008년 도입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혼인 횟수에 제한을 두면 부당한 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정 개정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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