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장들 직접 대면…"PF 및 가계부채 관리 만전" 당부
ELS 사태, 횡령 등 근본 원인 '단기 실적 위주 문화' 지적…조직 문화 개선 주문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은행장들과 직접 대면하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시장의 연착륙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당부했다. 또한 홍콩 H 지수 ELS 사태 등과 관련해 단기 실적 위주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 문화 개선과 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은행권이 당면한 주요 현안과 함께 신(新)성장동력 발굴 등 향후 은행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그간 은행권에서 제기한 어려운 점과 건의사항에 대해 진행 경과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그 동안 은행권이 상생금융 실천과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에 앞장서 준 데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 예방, 불완전판매‧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정립, 은행산업의 미래 준비 등에 대한 당부 사항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먼저 최근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PF와 가계부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부동산 PF시장의 연착륙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요한 선결과제"라며 "은행권이 잠재부실 사업장에 묶여있는 자금이 선순환되어 부동산 PF 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신디케이트론에 적극 참여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한 "가계부채 관리에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가계부채는 지난 2년간 통화긴축 기조,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노력 등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왔으나 향후 금리‧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으므로 다시 한 번 긴장감을 가지고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가계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스트레스 DSR 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 등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정립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은행권에서 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 H 지수 ELS 등의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혀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 있는 관련 임직원은 엄중 조치하는 한편, 내부통제 혁신방안 및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다"면서 "그러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하며,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의 근본 원인이 단기 실적위주의 조직 문화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조직 문화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ELS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위주 문화가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은행이 영업실적 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피해고객에 대한 자율배상도 장기적인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원활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면서 "금융당국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것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들 경우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시 감독상의 유인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환경 변화에 따른 은행의 적극적인 변화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저출산‧고령화, AI 활용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대비한 변화‧혁신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은행의 장기 생존과도 맞닿아 있는 과제"라며 "은행이 적극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변화와 혁신의 성과가 자금중개기능 강화, 국민 자산형성 기여 및 지역사회와 상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도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 조성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금융시장 안정, 사회적 책임 이행 등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과 국민의 기대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임을 언급했다.
아울러 대규모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근본적인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 원장의 인식에 공감하고, 은행도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한 이러한 은행권의 노력을 위해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향후에도 은행권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감독‧검사업무에 적극 반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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