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커머스 수장 물갈이… 조직 쇄신 긴장감
SSG닷컴은 최훈학 영업본부장
재무통 중용 '실적 개선' 올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또 한 차례 인사 칼바람을 일으켰다. 이번엔 지마켓·쓱닷컴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며 이커머스 조직을 손봤다. 이번 인사로 작년 그룹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며 본격화한 성과총력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19일 신세계그룹은 지마켓 새 대표로 정형권 전(前)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또 SSG닷컴의 경우, 그로서리·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쓱닷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에게 대표 겸직을 맡겼다.
두 신임 대표는 실적반등을 이루기 위해 조직 다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마트에 인수될 당시인 2021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 유일한 흑자 플랫폼이던 지마켓은 이마트로 편입되자마자 적자 전환해 2022년 6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엔 비용효율화를 통해 적자 규모를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320억원의 손실이 난 상태다.
정 회장으로서는 지마켓의 적자 규모 축소를 가속화해 3년 전 이 회사 인수에 3조4404억원(지분 80.01%)을 들인 값어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정 회장의 선택은 알리바바·쿠팡 출신 영입이었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 중인 C커머스의 주축인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에서 일한 인물을 지마켓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앉혔다.
정형권 신임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에서 근무했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투자·이커머스·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서 새로운 리더십 구현을 통해 지마켓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성장 토대를 구축할 것으로 신세계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지마켓은 주요 핵심 임원들을 물갈이하는 한편 역량·효율성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진행한다. 지마켓은 기존 PX본부를 PX(Product eXperience)본부와 Tech본부로 분리한다. 개발자 조직인 Tech본부를 별도 조직으로 둬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기술 분야에 대한 역량을 강화한다.
지마켓 CPO(최고제품책임자)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신임 Tech본부장에는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SSG닷컴 역시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2018년 이마트 내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설립된 SSG닷컴은 지난해 물적분할 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1030억원에 달했고, 올해 1분기에도 적자였다.
SSG닷컴은 새로운 투자자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SSG닷컴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풋옵션 효력 소멸', 'FI 보유 지분 매매'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올 연말까지 매수 희망자가 없으면 신세계그룹이 FI 보유 지분을 되사야 한다.
대표 교체와 함께 SSG닷컴은 마케팅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도 진행했다.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 등 기존 임원들은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경영환경 정면돌파'라는 메시지와 함께 지난해 9월 대표이사의 약 40%를 물갈이 했다. 당시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실적 부진 속에 경질됐고,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인 한채양 대표에게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지휘권이 부여됐다. 또 분양 경기 침체 속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신세계건설의 경우, 지난 4월 정두영 대표가 경질됐다.
아울러 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담당 허병훈 부사장을 신세계건설 새 수장으로 투입해 조직을 쇄신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돌발 CEO급 인사가 자칫 조직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내부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임 CEO들이 수익성 개선에만 몰두하다보면 조직 혁신이나 창의적인 사업 추진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수장이 경질되는 사례가 반복되면 계열사 CEO들이 장기 비전 실행을 위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임기 내 성과 만들기에 경도될 우려가 있다"면서 "새 수장이 빠르게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구성원들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조직문화가 경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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