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지 "'런닝맨' 덕에 '세자' 캐스팅..다음엔 청춘 로맨스"[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배우 홍예지가 ‘세자가 사라졌다’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최근 홍예지는 MBN 주말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 종영을 기념해 OSEN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왕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 당하면서 벌어지는 조선판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20부작이라는 긴 여정을 끝마치고 지난 16일 종영을 맞은 가운데 홍예지는 “촬영 중에 방영이 시작돼서 반응을 즉각적으로 받게 됐는데, 함께 하다 보니까 더 몰입도 많이 됐다. 한순간에 몰입해서 촬영을 하다 보니 시원섭섭하기보다는 섭섭한 감정이 더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개 미니시리즈는 16부작으로, 최근 10부작, 12부작 등 더 짧은 회차의 작품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그 반면 ‘세자가 사라졌다’는 20부작으로, 비교적 긴 호흡을 끌어나가야 했던 것에 대해 홍예지는 “보통 드라마는 16부작이니까 7-8부 쯤이면 ‘절반 왔구나’ 하는데 ‘세자가 사라졌다’는 20부작이니까 7-8부가 돼서도 절반도 못 왔다는 생각에 흔들릴 때도 있더라”라며 “멘탈 관리를 하면서 촬영을 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고 고충을 전했다.
20부작을 이끌어 가는 것이 처음인 만큼 “‘앞으로 내가 어떻게 끌고 가지’ 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힘들었다”는 그는 “계속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점차 잠식되더라. 그쪽으로는 생각 안 하고 작품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촬영을 빠듯하게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잘 없앨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 속에서 ‘세자가 사라졌다’는 첫 방송 1.5%로 시작해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다 마지막화에서는 5.1%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 홍예지는 “시청률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긴 한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작품이 시청자들한테 잘 전달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야기가 다양하게 얽히고설켜서 풀어가는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며 “제 확신이 제대로 된 게 맞구나 싶어서 뿌듯했다”라고 기뻐했다.
작중 홍예지는 예비 세자빈이자 어의 최상록(김주헌 분)의 딸 최명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최명윤은 양반가 규수임에도 거친 언행은 물론, 뛰어난 무술과 의술 실력까지 갖춘 인물. 홍예지는 최명윤에게 끌렸던 이유가 이 같은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첫 등장 첫 대사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비속어로 시작는데, 유교 시대 때 상상도 못한 일이 대사로 나오니까 신선한 충격이었다. 명윤이 캐릭터가 확실하고 강렬하구나 라는 걸 첫 대사로 알게 됐고, 바로 ‘세자가 사라졌다’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홍예지가 ‘세자가 사라졌다’에 출연 제안을 받은 이유는 뜻밖에도 ‘런닝맨’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2022년 영화 ‘이공삼칠’ 홍보차 ‘런닝맨’에 출연했던 바 있다. 당시 웃는 모습이 최명윤의 이미지와 같다며 ‘세자가 사라졌다’에 캐스팅 됐다고. 홍예지는 “그런 작은 모습에서도 캐스팅 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의 명윤이는 제 성격과 상반된다. 그런 모습을 명윤이를 통해서 표현하고 표출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촬영 중에 대본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명윤이가 성장하는 게 잘 보이더라. 초반에 말괄량이 같고 천방지축이던 명윤이가 철들고 생각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명윤이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뿌듯하기도 하고, 짧은 기간 내에 철이 들어버리니 안타깝기도 한 것 같다”며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하는 부분은 저와 닮았다. 명윤이는 아버지가 말려도 의원에 나가는데, 저도 배우 일을 시작할 때 부모님이 환영해주신 건 아니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성격은 비슷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고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설명할 줄 아는 점은 부럽고 배우고 싶었다”고 캐릭터와의 닮은점을 짚었다.
마냥 철없던 최명윤은 후반으로 갈수록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감정이 극화된다. 때문에 홍예지 역시 감정연기에 힘을 쏟아야 했던 바. 그는 “사실 그렇게 감정을 터트리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전까지는 너무 답답했다. 명윤이는 계속 ‘아무리 잘못해도 아버지다’라는 얘기를 한다. 유교 사상을 어쩔 수없이 따르는 친구니까 ‘드디어 날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고 방에서 둘이 얘기하면서 울분 토할 때 배우로서도 새로운 경험을 했다. 정말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 같고, 이미 울고 있지만 더 울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평소에 느끼던 감정 극치의 그 이상을 느낀 것 같아서 저한테도 많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홍예지는 전작 ‘환상연가’에서도 한 차례 사극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두 작품 연달아 사극으로 시청자와 만난 그는 “‘환상연가’도 그렇고 현대극도 정통사극도 아니기 때문에 현대극 말투를 쓸 수 없고 무거운 사극 말투를 쓸 수도 없어서 ‘환상연가’ 초반에는 혼란이 많이 왔다. 드라마 첫 주연인 것마저도 버겁고 신경쓸 게 많았는데 그래서 머릿속이 많이 복잡했다. ‘환상연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갈피 잡혀서 그 길을 걸어가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혼란이 많이 왔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자가 사라졌다’는 ‘환상연가’ 이후에 바로 하게 된 작품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두 번째니까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 명윤이와 같이 성장을 하게 됐다”며 “감정의 극치, 그 이상의 감정과 ‘내가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세자가 사라졌다’에서 처음 느꼈다. 배우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배우가 아니라면 이런 감정을 평소에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 길에 대한 확신을 준 작품”이라고 짚었다.
결말에 대해 “감독님이 ‘악행을 저지른 자가 살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하셨는데 그대로 된 것 같더라. 아버지가 안타깝긴 하지만 이건과 명윤이가 행복하게 이루어진 건 만족스러웠다”고 밝힌 그는 “다른 사람들은 명윤이를 살리려고 노력하는데 명윤이는 그걸 거절하고 지조를 지키는 친구다.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명윤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그런 선택들이 너무 이해가 된다. 감정선을 잘 따라오고 공감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공삼칠’에 이어 ‘환상연가’, ‘세자가 사라졌다’까지, 홍예지의 캐릭터는 하나같이 순탄치 못했다. 그는 “제가 톤도 낮고 차분하다 보니 저의 우울한 면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차분하고 사건, 사고를 접하게 되는 인물을 많이 하게 되더라”며 “제가 의외로 교복을 많이 못 입어봐서 청춘 로맨스, 하이틴 작품이 탐나더라. 차기작으로 그런 작품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홍예지는 “1년에 2작품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올해가 가기 전에 한 작품은 하고 싶다”며 “요즘에 작품이 잘 없더라. 그래서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또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은 감정에 휘둘릴까봐 다른 작품을 못 봤다. 못 봤던 거, 보고 싶은 거 몰아서 보고 있다”고 계획을 전했다. 최근에는 tvN 화제작 '선재 업고 튀어'를 재밌게 봤다고.
예능 계획에 대해서는 “대본이 짜여진 게 없으면 불안하더라. 대본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려지는데 예능은 예측이 안 되니까 예능할 때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차차 적응되면 조금씩 시도를 해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홍예지는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이공삼칠’때는 믿고 보는 배우 되고 싶다고 늘 말씀드렸는데, 지금은 꾸준한 게 가장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공백기가 길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게 배우로서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윤이를 연기하면서 저도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청자분들도 명윤이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공감해주셔서 그 반응에 힘입어 더 열심히 연기하고 연구할 수 있었다. 20부작이라는 긴 작품이지만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봐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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