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의 M&A인사이트] 〈6〉M&A의 안전망, M&A보험
1970년대 코미디에 등장해 전국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작명의 종결자, “서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 여기에서 '삼천갑자동방삭'은 삼천갑자(1갑자는 60년, 삼천갑자는 18만년)를 살았다는 중국의 전설 속의 인물이며. '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나무다. 물론 지어낸 말이다. 어찌됐든 양반가문 서영춘씨 5대 독자 아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은 이름인데 예나 지금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크다.
십시일반 보험의 역사는 꽤나 길다. 기원전 1750년대 함무라비법전에는 해상 교역을 하는 상인들이 사고가 생길 경우 보상을 하도록 했다. 보험은 마치 서커스 곡예사가 묘기를 부릴 때 아래에 펼쳐진 안전망과 같다. 곡예사는 안전망을 믿고 고난도의 묘기를 시도한다. 한편 이러한 안전망이 인수합병(M&A)에도 있다면 어떨까? 기업은 가치창출을 위해 존재하고 그 성장을 거듭한다. 그 중 M&A는 새로운 경영자원을 결합하고, 재배치하는 작업으로 규모의 경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편 리스크는 배가된다. 특히 인수대상기업의 가치를 과다평가하거나 매각자의 진술과 보장을 너무 믿고 쫓아간다면 큰 낭패를 본다. 의심하는 것이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확신하는 것은 더욱 멍청한 짓이다. 진술과 보장은 다양한 내용이 적시된다. 법인격 자격, 재무상황, 세금이슈, 소송, IP권리 등으로 예로 우발적채무는 언제든 터질 수 있고 특허권 침해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M&A보험은 이런 리스크를 부보하는 것이다.
M&A보험은 선진각국에서 보편화되었다. 영미권 국가에서 M&A거래의 90%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에는 2009년 AIG손해보험이 M&A보험을 처음으로 출시했지만 사용사례는 많지 않다. M&A보험은 미국, 영국 등 전통적 금융강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싱가포르 A사는 인슈어테크(insurtech)에 기반한 중소기업 M&A보험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과 디지털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예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을 세분화하고 맞춤의 보험상품을 제시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식당, 점포 양도 시에도 M&A보험에 가입한다. M&A보험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매도자는 깔끔한 엑시트(clean exit)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예치계정(escrow)을 별도로 둬 매도금액의 일정비율을 담보로 제공했지만 보험가입시 모든 거래가 종료된다. 통상 매도자의 사기행위 외 보상청구는 불가능하다. 매수자는 비인지적 이슈(unknown issue)를 해결할 수 있다. 통상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실사를 마쳤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대비할 수 있다.
지난 4월 정부는 중소기업의 M&A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기쁜 마음에 특별기고까지 했다. 한편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소기업의 불투명한 재무상황이다. 채무부존재 등 진술과 보장이 있더라도 맘먹고 작정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수자가 떠안아야 한다.
우리에게 매일같이 내일이 온다는 건 기적이다. 하지만 내일을 잃어야 기적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고령화, 아이를 낳지 않아 가업승계를 할 자식도 없다. 얼마 전 뉴스에는 반려견 사료판매량이 분유·이유식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젠 가업승계기피가 아닌 인구소멸을 염려할 때다. 크고 위대한 것은 수없이 작고, 소소한 것들의 결론이다. 정부의 정책결정은 환영하나 어디를 손봐야 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망원경의 거시적 시야, 현미경의 촘촘한 시각으로 M&A강국 대한민국을 설계해 보자.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tskim@pivotbridge.net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경영인이며 M&A 전문가다. 창업기업의 상장 후 20여년간 50여건의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전 바른전자그룹 회장으로 시가총액 1조, 코스닥 10대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수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7년 연속 과학기술서적 판매 1위를 이어가며 동국대 교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재 세계 첫 비대면 M&A플랫폼 피봇브릿지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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