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위 '크래시', 허성태·이민기·곽선영의 진심처럼 시즌2로 돌아오길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6.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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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의 무엇이 ENA 역대 시청률 2위의 성과를 만들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경찰생활 30년 가까이 하면서 제 가슴 속에 묻어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제 아내의 뺑소니 사건.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무심했었습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 챙긴다고 밤낮으로 경찰서에 드나들었고 그날도 제 옷 챙겨서 가져다주겠다고 경찰서에 오다가 그만..."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에서 TCI(교통범죄수사팀) 정채만(허성태) 팀장은 신소정(박지영) 국사수사본부장에게 이 일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교통범죄를 그저 사고 정도로 치부하는 세태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1년에 3천명 가까이 도로 위에서 사람이 죽습니다. 5대 범죄로 사망하는 사람들 전부 합해도 그보다 몇 배는 많은 숫자일 겁니다. 사람들은 도로 위의 살인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몰랐다 실수였다 고의가 아니었다. 그 사람들한테 도로 위의 살인은 그저 사고일 뿐입니다." 1년 내내 아내를 뺑소니 친 범인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못찾은 그에게 도로 위의 사람들은 그저 지나치는 행인이 아니었다.

"저는 매일매일 도로위에서 제 아내와 마주치곤 합니다. 파란 신호등에 건널목을 건너는 아내. 운전대를 잡고 차선 변경을 하는 아내. 자전거를 타고 도로의 갓길을 주행하는 아내. 오늘도 그들에게 사고가 없기를 바라며 살인이 없기를 바라며..." 아내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일을 보다 진심으로 하게 된 이유일 터였다.

그리고 정채만 팀장이 진심으로 꺼내놓은 이 말은 <크래시>라는 드라마가 ENA 역대 2위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중대 범죄들을 소재로 다루는 범죄스릴러들이 그토록 많았지만, 교통 범죄를 다루는 작품들이 적었던 건 그것을 살인이 아닌 사고로 치부하는 편견이 있어서였기 때문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크래시>는 교통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제대로 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사건들로 실감나게 전해준 드라마였다.

생각해보면 그 많은 범죄스릴러에서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그리곤 할 때 가장 흔히 쓰였던 것이 교통 범죄였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그만큼 교통범죄가 사고로 위장되기 쉽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크래시>는 보험사기나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같은 실제로 흔히 벌어지는 사건들을 가져와 그 실상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꺼내놓았고, 현실에서는 사고로 묻히기도 했을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내 시원시원한 해결을 보여주는 사이다 판타지를 안겨줬다.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이유였다.

천덕꾸러기 신세로 중대 사건들을 해결하고도 해체될 위기에 놓였던 TCI는 정채만 팀장의 진심에 감복한 신소정 국가수사본부장에 의해 국가수사본부 직속 팀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TCI팀으로 활동하게 된 민소희(곽선영) 반장은 국가수사본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태주(오의식)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앞으로 기대해. 방금 말한 것처럼 우리도 국가수사본부 소속이라 인지수사가 가능하거든. 그 말인즉슨 과거 미해결된 사건은 우리가 다시 수사 가능하다 이거지." 이건 민소희라는 인물이 가진 교통범죄 수사에 대한 진심을 담는 것이면서, 향후 이 드라마가 시즌2로 돌아온다면 이제 이태주와의 맞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또한 과거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믿고 그 충격 속에 살다 결국 TCI에 합류하게 됐던 차연호(이민기)에게 그 피해자의 아버지인 이정섭(하성광)이 하는 말은 그간 차연호가 어떻게 살아왔고 수사에 임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연호야 이제 너도 네 인생 살아. 연애도 하고 여행도 좀 다니고. 소리내서 웃기도 하고. 이제 그래도 돼." 감정이 거의 없는 사람처럼 전혀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차연호는 여전히 과거의 교통사고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버리지 않았고 그 진심으로 수사를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캐릭터를 통해 드러나듯이 <크래시>는 교통범죄라는 사안에 대해 진심이었다. 그 진심을 바탕으로 사건들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이 충분히 재밌게 몰입할 수 있도록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액션과 유머를 더해 넣었다. 재미를 위해 진심을 잊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진심만을 위해 재미를 등한시하지도 않는 정성스러운 작품이었다는 것.

실제로 TCI는 한 때 뺑반(뺑소니 전담반)으로 시작해 2013년에 본격적으로 팀이 시작됐고 전국으로 확대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교통범죄에 대한 중대함과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다는 의미다. <크래시>의 성과들도 이처럼 교통범죄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생각들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크래시>가 이제 극중에서 다시 부활한 TCI처럼 시즌2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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