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고소한, ‘아버지니까’ 할 수 없는 일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니스트 2024. 6. 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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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박세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골프를 지속할 수 있도록 애를 쓴 부친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시 심심찮게 나오던, 그녀의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가 부친의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루머를 일축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박세리희망재단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사장이 박세리이고, 그녀가 먼저 사건의 심각성을 짚었고 고소장에 관한 의견을 냈으니 박세리가 고소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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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10여 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박세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골프를 지속할 수 있도록 애를 쓴 부친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시 심심찮게 나오던, 그녀의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가 부친의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루머를 일축한 것이다.

자녀의 꿈을 위해 희생한 부모, 그렇게 꿈을 이룬 자녀가 희생이 아깝지 않게끔 성공하여 물질적 보상까지 톡톡히 치르는 구도, 물론 거의 모든 부모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혹은 그런 의도를 가지고 투자를 하듯 희생하진 않는다.

설사 농담조로 그렇게 말할지라도, 어느 누가 보장도 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그 오랜 시간을 들여 투자를 하겠는가. 자본주의적 사고에 반하는, 보통의 지성과 이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행동으로, 어쩌면 부모만이 가능한 비정상적인 투자다.

자녀는 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재능과 운을 끌어모아 세상이 성공이라 특정하는 지점에 다다르고, 자연스레 오랜 시간 감내하며 뒷받침해 준 부모와 형제, 자매를 떠올린다. 자본주의 사회가 제공하는 성공의 보상을 자발적으로 나누게 되는데 이는 분명 서로에게 있어 깊은 환희의 구간일 테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즉 자본주의의 거대한 맛이 끼어들어 올 때 가족은, 특히 부모는 부모로서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성공한 삶을 마치 자신의 것과 동일시해서도, 여전히 그간의 방식 그대로 개입하려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그저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밀어주던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변질되기 시작하는 까닭이다.


오늘의 박세리는 부친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3,000억 원대 새만금 레저시설 조성 사업과 관련된 사문서 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박세리희망재단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사장이 박세리이고, 그녀가 먼저 사건의 심각성을 짚었고 고소장에 관한 의견을 냈으니 박세리가 고소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부친의 채무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은퇴 이후 거듭 해결해 왔으며 더 이상 책임질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세리의 대응에 그녀의 부친이 보인 입장은, 주목해 볼 만하다. 박세리가 있어야 새만금 쪽에서 사업을 인정해 주지 않을까 싶었고 ‘아버지니까’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고. 아울러 재단 도장은 위조하지 않았다고도 해명했다.

‘아버지니까’. 아버지니까 할 수 있는 건 박세리가 홀로 설 수 있게 되면서 끝내야 했다. 이 시기부터는 다른 의미의 ‘아버지니까’가 시작되어야 올바른 것이었겠으나, 거대한 물질적 성과를 수반하는 성공의 모양새가 건네는, 눈과 귀, 마음을 현혹하는 그 잔인하게 달콤한 맛에 아버지로서의 방향키가 마비되어 버린 건 아닐지.

그리하여 딸이 가족을, 그것도 오랜 시간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부모를 고소해야 하는 비극을 맞닥뜨리게 되었으니 더욱 애처롭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모쪼록 덜 상처 받고 덜 아픈 쪽으로 결론이 나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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