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정용진의 두 번째 수시인사…선명해진 ‘신상필벌’ 기조
경질 배경엔 실적 부진 장기화…추가 교체 가능성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이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또 다시 칼을 빼들었다. 실적이 부진한 이커머스 계열사 지마켓·SSG닷컴의 수장을 동반 경질한 것이다. 정 회장이 취임 후 내린 두 번째 계열사 대표 중도하차 결정이다. 임기가 남은 계열사의 수장을 또다시 교체하면서 신세계그룹엔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실적 부진을 기록한 그룹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추가 인사 단행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적자 이커머스 계열사에 메스…임기 보장 없다
19일 신세계그룹은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지마켓 대표로,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장(전무)을 SSG닷컴 대표로 각각 내정했다고 밝혔다.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 등 기존 임원들은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결정은 당초 예정에 없던 수시 인사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커머스 사업군은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했다"며 "리더십 변화를 통해 이커머스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표 동반 교체는 부진한 실적이 주된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마켓은 이마트로 인수된 이후로 좀처럼 실적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2021년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하지만 기대만큼 지마켓은 신세계와의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2022년 655억원, 2023년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마트의 실적을 까먹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4분기 깜짝 흑자(2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적자 전환(85억원)을 했다.
지난해엔 전항일 대표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신세계그룹은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를 교체하는 선택을 했다. 20여 년간 이베이코리아에 몸 담은 전 대표의 온라인 마켓 전문성에 다시 한 번 신임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교체 칼날을 빗겨가진 못했다.
SSG닷컴 상황도 비슷하다. SSG닷컴은 2019년 8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1억원, 2023년 1030억원 등 지난 5년간 4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도 1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거듭된 적자에 결국 정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지난해 3월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다 같은 해 9월 강 전 대표 해임 이후 단독 대표를 맡아왔다.
업계에선 SSG닷컴 지분 30%에 1조원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옵션 행사 논란이 이 대표 경질의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FI들의 투자금 회수를 요구가 이어졌는데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는 이달 초 FI들과 합의해 제3자 지분 매도로 연말까지 투자금 문제를 해결키로 하고 풋옵션 효력을 소멸시켰다.
"수시 인사 단행해 효과 높이겠다는 게 그룹 방침"
정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조직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후 한달 만인 지난 4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합병을 결정한 데 이어 이마트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이마트트레이더스 또한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수시 인사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말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정두영 당시 신세계건설 대표를 주총 일주일 만에 경질하는 강수를 띄운 바 있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지난해 영업손실 18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모기업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로도 이어졌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평가해 엄정한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실적과 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 제도를 구축했다.
이번 대표 교체 역시 이같은 인사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이에 추가적인 대표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번 인사를 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수시 인사를 단행해 효과를 높이겠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경쟁력 있는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함으로써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는 한편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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