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취임 100일…쓱닷컴·지마켓 인적쇄신 나서

유선희 기자 2024. 6. 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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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계열사인 쓱(SSG)닷컴과 지(G)마켓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신세계그룹은 19일 지마켓과 쓱닷컴 새 대표에 각각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과 최훈학 현 쓱닷컴 전무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쓱닷컴 대표 등은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

사실 지마켓과 쓱닷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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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새 대표에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쿠팡·네이버·알리 등 경쟁사 출신 인적자원 영입
쓱닷컴 대표엔 최훈학 전무 내정…“플랫폼 재도약”
정용진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4년 1월15일 스타필드 수원을 방문한 모습. 신세계그룹 제공

취임 100일을 맞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계열사인 쓱(SSG)닷컴과 지(G)마켓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취임 직후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것에 이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수장에 대한 잇단 문책성 인사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알리바바코리아·쿠팡·네이버 출신 등 이커머스 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계 출신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도 눈에 띈다.

신세계그룹은 19일 지마켓과 쓱닷컴 새 대표에 각각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과 최훈학 현 쓱닷컴 전무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쓱닷컴 대표 등은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신세계가 지마켓을 인수할 당시 각각 지마켓 대표와 지원본부장으로 매각 작업을 주도했다. 정용진 회장은 취임 이후 “실적을 기준으로 수시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형권 지마켓 신임 대표. 신세계그룹 제공

지마켓 정 신임 대표(부사장)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 스위스 등에서도 일했고 쿠팡에서도 재무 임원으로 일했다. 신세계그룹 쪽은 “투자 부문과 이커머스, 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인 만큼 지마켓 체질 개선과 수익성에 기반한 균형 있는 성장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쓱닷컴 신임 대표가 된 최훈학 전무는 현 쓱닷컴 영업본부장이다.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그가 대표를 겸직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지마켓의 경우, 개발자 조직인 테크(Tech) 본부를 설치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기술 분야의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본부장직은 쿠팡 출신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최고제품책임자(CPO)인 피엑스(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앉혔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대표는 물론 주요 보직에도 그간 신세계를 압도했던 경쟁사 출신을 대거 영업한 점이다. 조직 전반을 혁신하고 경쟁사의 장점을 이식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훈학 쓱닷컴 신임 대표. 신세계그룹 제공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유통 강자인 신세계가 쿠팡에 밀리고 중국 커머스에 치이는 상황이다 보니 ‘경쟁사에서 배우자’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며 “업계 이해도가 높은 인적 자원을 끌어들여 신세계 이커머스의 단점을 빠르게 극복하려는 의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 지마켓과 쓱닷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당장은 수년간 누적돼 온 적자를 줄이고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신임 대표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인수한 지마켓(이베이코리아)에는 3조5591억원이라는 막대한 인수 자금이 투입됐다. 서울 성수동 본사까지 매각하는 과감한 베팅이었지만, 이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시엔 이커머스 업계의 유일한 흑자 기업이었음에도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뒤 현재까지 누적 적자는 1000억여원에 달한다.

쓱닷컴의 앞날도 만만치 않다. 쓱닷컴은 지난 2018년 법인 설립 이래 지난해까지 5년 내리 영업적자를 기록해 누적손실만 45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엔 출범 후 처음으로 매출마저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앞서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비알브이(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보유 지분 매매를 조건으로 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효력 소멸 합의를 끌어내며 리스크를 일단 털었지만, 올해 연말까지 이들의 지분을 인수할 신규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재도약을 위한 드라이브를 거는 취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앞서 씨제이(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물류 시스템 정비에 이어 주요 핵심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완전한 변화를 선택하고 주춤했던 온라인 사업의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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