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도 선 그은 의협 회장…"무기한 휴진, 황당"

문세영 기자 2024. 6. 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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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비판도 지속…전공의 "정부 유화책은 거짓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 제공.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독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임현택 의협 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임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부분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의협 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이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쟁의 중심과 선봉에 있는 전공의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모자라 대의원회, 광역시도 회장, 감사조차 무시하는 것은 회원들의 공감을 받기 힘들다”며 “의협은 임 회장 1인의 임의 단체가 아니고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한 공식 단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앞서 전공의 대표와도 갈등을 빚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며 ”뭘 자꾸 본인 중심이라는 것인지“라며 말이 아닌 일을 하라고 비난했다.  

이어 19일에는 ”전날 발표한 무기한 휴진은 의협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임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 입장표명을 좀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 측도 임 회장 비판에 나섰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임 회장은) 실천력 있는 행동 대신 무대책에 가까운 책임 없는 행동을 하며 박 위원장과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며 ”이런 한심한 시간이 너무 아까운데 그만둘 생각 없냐“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협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며 이를 통해 의협이 개원의들의 휴진을 강요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강제성이 확인되면 과징금이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환자단체들의 의료계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온라인 피켓 시위를 예고했다. ‘집단 사직’, ‘집단 휴진’, ‘환자 불안’, ‘환자 피해’ 등의 문구에 ‘STOP’이라는 단어를 붙여 온라인상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18일 성명서를 통해 ”불법행동을 하는 의사들을 법대로 처리하라“며 ”정부의 그간 미온적인 대응으로 의사들을 정부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특권층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내분이 심화되고 환자단체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협은 19일에도 초지일관 대정부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논의, 전공의 및 의대생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 즉각 취소 등 3가지 요구사항이다. 

전공의들의 입장도 변함이 없는 상태다. 대전협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7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에게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의정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정부의 유화책은 ‘거짓말’이라는 전공의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4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정부의 결정과 관련, 사직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19일 ”오늘 공식적인 근무를 시작하려보니 제 면허가 이전 인턴 병원에 묶여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놀랍게도 대전성모병원 레지던트 4개월차였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복지부 방침으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정부가 약속을 지킬줄 알았는데 어리숙했다“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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