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엔트리 전격 제외 결정···류현진과 빅매치 무산됐다[스경x현장]
양현종(36·KIA)과 류현진(37·한화)이 17년 만에 마주하는 빅매치가 무산됐다. 양현종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팔꿈치에 이상은 없으나 KIA가 ‘강제 휴식’을 결정했다.
양현종은 지난 18일 광주 LG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던 중 5회초 2사후 왼쪽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아웃카운트 1개를 더 잡아 5이닝을 채운 뒤 등판을 마쳤다. KIA의 승리와 함께 시즌 6승째를 거둔 양현종은 경기 뒤 “팔꿈치가 약간 낀 느낌이었는데 트레이너가 풀어주니까 괜찮아졌다. 내일 검진은 받아보기로 했는데 내 느낌에는 부상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19일 서울 CM 병원에서 받은 정밀검진 결과로도 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수들이 흔히 갖고 있는, 단순한 피로누적으로 보인다는 소견이다. 그러나 이범호 KIA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이범호 감독은 이날 양현종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검진 뒤 양현종은 이범호 감독과 전화통화에서 다음 차례에 정상 등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결국 이범호 감독이 양현종의 고집을 꺾었다. 감독의 단호한 지시에 양현종은 엔트리 제외됐다. 양현종은 열흘만 쉬고 복귀할 계획이다.
양현종은 지난 18일 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감독님께서 항상 힘들면 쉬겠다고 얘기하라고 하시지만,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휴식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무엇보다 양현종이 잔류를 고집한 이유는 23일 한화전 등판 때문이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과 17년 만의 맞대결이 성사돼 리그의 관심이 완전히 집중돼 있다. 이를 잘 알아 부담을 느끼면서도 양현종은 “솔직히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던지겠다. 오늘 나 때문에 고생한 중간 투수들이 체력 안배 할 수 있게 다음 경기에서는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리그가 지켜보는 경기에서 약속을 지키고자 강하게 거부했지만 팀을 생각해야 하는 이범호 감독의 결단에 결국 양현종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14년부터 쉼 없이 매년 170이닝 이상을 던져온 양현종의 휴식 여부는 매년 KIA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양현종은 최대한 안 쉬고 많은 이닝을 던져 자리를 지키려 하고 팀은 틈날 때마다 휴식을 권유하며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나 올해 이범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KIA는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이의리와 윌 크로우까지, 선발 둘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상태다. 현재 양현종은 제임스 네일과 함께 원투펀치로 KIA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다. KIA는 올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다. 혹시라도 무리하다 양현종마저 부상을 당하게 되면 우승 도전 목표를 접어야 하게 될 수도 있다.
양현종은 19일 현재 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91.2이닝을 소화했다. 역시 부상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에는 투구 중 골반에 잠시 이상을 느끼기도 했다. “이미 거의 90이닝을 던졌다”며 한 번쯤 휴식을 줄 시점을 고민해오던 이범호 감독은 결국 양현종의 팔꿈치 문제에, 검진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휴식을 결정했다.
이범호 감독 자신도 23일 있을 양현종과 류현진의 맞대결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18일 LG전에 앞서 “그날(23일)은 굉장히 중요할 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들이라 서로의 자존심도 걸려 있고 팀이 중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경기에서 이기고, 우리 선수들이 현종이 나간 경기에서 좀 더 분발해준다면 팀의 입장에서 더 상승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한 주가 될 거로 생각한다. (일요일 경기는) 그 중요도에 걸맞게 베스트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되도록 이번 주 잘 조절해나가겠다. 이기는 경기는 확실하게 승부하고, 불펜을 아껴가면서 코칭스태프가 머리를 잘 쓰면서 풀어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이스의 부상 위험에 선수의 의욕을 만류하고 결단을 내렸다. 양현종의 재투입 시점이 류현진과 맞는다면 후반기에도 다시 성사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일단 17년 만의 빅매치는 무산됐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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