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용진이형' 사라졌다...위기의 신세계, 고삐 죈 회장님
희망퇴직, CJ그룹 연대, SSG닷컴 풋옵션 갈등 해결 등 직접 현안 관리
SNS, 골프 등 취미 활동 자제하고 경영 활동 주력... 실적 반등 과제
"친근한 '용진이형'이 사라졌다"
지난 3월 18년 만에 부회장 직함을 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달라졌다. 취임 100일 만에 3개 계열사 대표를 바꿨고,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조직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냉철한 오너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세계그룹은 19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계열사 G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G마켓 새 대표는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대표가, SSG닷컴 새 대표는 최훈학 전무가 맡게 된다.
정 회장은 지난 4월엔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로 18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 교체는 이보다 '파격'이다. 당초 예상보다 인사 폭이 컸고, 외부 출신을 중용했다. 특히 2021년 3조4000억원에 인수한 뒤 적자에 시달린 G마켓에 경쟁사인 알리바바와 쿠팡에서 근무한 재무 전문가인 정형권 대표를 앉힌 것은 회사 체질 개선을 통한 신속한 '흑자 전환'에 방점을 둔 인사로 풀이된다.
G마켓은 또 CPO(최고제품책임자)에 네이버 출신 김정우 상무를, 개발자 조직인 Tech본부엔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를 각각 영입했다.
2019년 출범 이후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진 SSG닷컴도 대표 및 핵심 임원 인사를 물갈이하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기존 4개 본부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줄였고,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영업본부장인 최훈학 전무가 대표를 겸직한다. 신세계그룹이 중장기적으로 SSG닷컴 물류센터 3곳을 CJ그룹에 매각할 계획을 염두에 둔 '슬림화' 작업이다.
이번 인사는 '순혈주의'가 팽배한 그룹 내부에 긴장감을 높이면서, 열세인 이커머스 사업에서도 신속하게 성과를 내겠다는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순혈주의가 강해 같이 오래 일한 사람들이 많고, 파벌이 심했다"며 "정 회장이 인사평가 시스템을 바꾸고 수시 인사를 천명한 것도 이런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가 지난 3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이달 초 이마트와 통합을 앞둔 기업형슈퍼마켓(SSM) 계열사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임직원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도 지속 성장 모델을 염두에 둔 정 회장의 선택이었다.
지난 5일 신세계그룹이 범삼성가인 CJ그룹과 물류, 유통, 미디어, 제조 등 전방위 분야에서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도 두 그룹의 오너이자 사촌 관계인 이재현 회장과 정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업계 관계자는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최종안은 양사 오너의 공감대 속에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SSG닷컴 지분 30% 투자액 1조원을 놓고 재무적투자자(FI)와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 신속하게 협의를 끌어내는 등 그룹 내부의 주요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 내부에선 정 회장이 취임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경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그는 회장 승진 이후 SNS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취미인 골프도 사실상 접었고, '아침 8시 출근, 저녁 8시 퇴근'이 일상화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SSG랜더스 구단주로 지난해 야구장도 30번 이상 찾았지만, 올해는 개막식 이후 발길을 끊었다.
신세계그룹 실적이 정상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정 회장이 주도하는 '비상 경영'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7조2067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 영업이익은 245% 각각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이마트 방문 고객 수는 3121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2.7% 늘었다. 이마트는 올해 연결 기준 총매출을 전년 대비 2.8% 증가한 30조3000억원으로 예측했다. 현실화하면 오프라인 유통사 중 최초로 연 매출 30조원을 넘어선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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