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도매가 모두 떨어졌는데… 왜 '금겹살' 됐을까요

김성아 기자 2024. 6. 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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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겹살인데 한돈농가는 울상… 소비자가와 도매가 모두 하락
전기료·채소류값·임대료 인상 여파에 음식점서 가격 올린 영향
도매가 4704원, 1㎏ 생산비에도 못 미쳐… 농가는 적자 누적
삼겹살 가격이 1인분 기준 2만원을 넘어서면서 사과와 함께 고물가 시대의 상징이 됐다. /사진=김성아 기자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종로의 한 고깃집에서 친구와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다 깜짝 놀랐다. 이날 친구와 단둘이 먹었는데 7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찌개와 냉면을 추가하니 7만원을 넘게 지불했다"며 "삼겹살도 더 이상 서민음식이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금사과'에 이어 '금겹살'이 고물가 시대의 상징이 됐다. 기자가 방문한 식당에서도 한달 전 160g 기준 1만7000원이었던 삼겹살값이 1만9000원으로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삼겹살 1인분(200g 기준) 가격이 2만83원으로 처음으로 2만원을 넘어섰다.

삼겹살이 '금겹살'이 되면서 한돈농가는 울상이다. 한돈자조금협회(한돈협회)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가성비 좋은 수입산 삼겹살과의 경쟁 탓에 도매가격은 오히려 내렸다"고 했다.


삼겹살 외식비 비중… 삼겹살 17.4% vs 채소 등 제반비용 82.6%


19일 한돈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소비자가격은 100g당 2377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도매가격(경락값)은 ㎏당 5278원으로 9.9%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가성비 좋은 수입산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해 한돈의 수요가 감소한 것을 도매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돼지고기 도매가와 소비자가 모두 하락했는데 식당에서 인건비·임대료·식재료·전기요금 등 제반 비용이 올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삼겹살 외식비 인상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비 중 실제 삼겹살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82.6%는 모두 인건비·임대료·전기료 등의 기타 제반 비용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밑반찬으로 나오는 각종 채소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주요한 영향으로 본다.


한돈농가 1.4억원 적자 누적… '금겹살'에 소비 위축 우려


금겹살 논란에 한돈 농가는 누적된 적자를 조금씩 해소해가는 상황에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한돈산업 위기대응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잇따른 금겹살 논란에 한돈 농가는 누적된 적자를 조금씩 해소해가는 상황에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달 들어 돼지고기 경락값이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등 가축질병 영향으로 출하량이 감소해 5000원(㎏ 기준) 후반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와중에 금겹살 논란이 되살아나려는 소비심리를 도로 주저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돈 농가는 사룟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비는 늘었는데 돼지고기 경락값은 떨어져 적자 누적이 심각한 상태다. 올 들어 5월까지 돼지고기 경락값 평균은 4704원으로 이 같은 시세는 5100원대로 추산되는 돼지고기 1㎏당 생산비에도 못 미쳤다는 설명이다.

충남 홍성군에서 돼지를 키우는 B씨는 "경락값 하락과 생산비 인상으로 체감상 수입이 작년 대비 20%는 하락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주변 양돈업자들의 농장이 경매에 넘어가고 있는데 금겹살 논란에 소비가 더 쪼그라들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생산성 기준 하위 30% 구간 농가는 지난해 평균 1억4400만원의 적자가 누적됐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율 부담과 사료대금 연체율 급등 등으로 현금흐름이 막힌 농가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부 차원서 양돈농장 경영 안정 대책 마련해야


고물가 여파로 한돈 가격의 반값 정도에 팔리는 수입 삼겹살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한돈값 하락을 이끌자 정부 차원에서 한돈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냉장·냉동 삼겹살 수입량은 2020년 12만2000톤(t)에서 지난해 14만9000t으로 약 22% 증가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가성비 좋은 수입산 삼겹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올해 수입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트에서의 수입산 삼겹살 매출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롯데마트의 수입 삼겹살 매출 비중은 2021년 5%에서 2022년 10%로 높아졌다. 지난해와 올해 1∼5월 모두 전년 대비 15% 늘어난 추세를 보인다.

경기 이천에서 10년째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C씨는 "양돈 농가 특성상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데 인건비와 사료비 인상이 겹쳐 힘들다"며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요즘 경락값으론 생산비도 안 나오는데 수입산을 막 들여오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정부에서 수입산 대신 한돈을 비축해뒀다가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는 봄·여름 철에 물량을 푸는 것처럼 한돈 농가도 보호할 수 있는 물가 안정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손세희 한돈협회 회장은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지적하며 정부의 할당 관세 정책 등 돈육 수입 확대를 통한 물가안정 정책에 반발했다. 한돈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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