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31년만에 시총 1위 등극...게이머 장난감에서 AI시대 총아로

김남석 2024. 6. 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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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제공]

게이머들 사이에서만 유명했던 부품회사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과 비트코인 채굴 열풍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주가 되면서 빠르게 시총 순위를 높였다.

19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3.68% 뛰며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가 뒤바뀌었다. 시총 1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0.45% 빠졌고, 애플도 1%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이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엔비디아의 시총은 3조3353억달러(약 4607조원)로, 마이크로소프트(4582조원)와 애플(4538조원)을 앞질렀다. 엔비디아가 시총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3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초기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판매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지포스' GPU 시리즈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나 알려졌던 부품회사였다.

엔비디아의 GPU가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비트코인 열풍부터다. 빠르게 늘어난 코인 채굴업체들에게 채굴에 필요한 고성능 GPU를 공급하며 주가를 높였다. 당시 품절 사태까지 일어날 만큼 GPU 수요가 급증했고, 코인 채굴이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지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차 도약기였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PC 수요가 급증, 실적이 대폭 늘었다. 당시 유행이던 메타버스 수혜주로도 꼽히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은 2022년부터다. 그해 11월 말 오픈AI가 대화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뛰기 시작했다.

지난 1999년 상장 당시 공모가격이 1.2달러(액면분할 반영)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25년만에 100배 이상 뛰었다. 10년 전인 2014년 6월 100억달러 수준이었던 엔비디아의 시총도 가파르게 이 시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3년 6월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2월에는 2조달러, 3개월여만에 3조달러까지 성장했다. 엔비디아의 최근 5년간 주가 상승률은 3265%로 애플(312.01%), 마이크로소프트(222.69%)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2월 14일 22년 만에 아마존을 누르고 시총 4위 기업에 올랐던 엔비디아는 아마존을 넘어선 지 하루 만에 알파벳(구글)도 제치며 3위까지 올랐다. 이후 4개월여 만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넘어섰다.

사실상 생성형 AI에 칩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시장을 독점했고, 주요 기업들의 투자로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엔비디아의 독주도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AI 모델을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AI 칩 수요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정보·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AI 칩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액면 가치의 10분의 1 분할을 단행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소액 투자자들도 엔비디아에 투자하며 주가는 더 올랐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로젠블라트 증권의 애널리스트 한스 모세만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고, 투자회사 서스케한나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롤랜드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종전 145달러에서 16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이날 주가 상승에 따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 집계 기준 순자산이 약 1170억달러(약 161조6000억원)로 늘면서 세계 부자 순위 11위에 올랐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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