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과 그림이 설명하는 역사·문화…EBS 다큐 '위대한 인도'

황재하 2024. 6. 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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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용해 파격적인 시각효과…"기존 제작비로 상상도 못하던 일"

(고양=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예전 같으면 조각이 말하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서 넣으려면 그것만으로 다큐멘터리의 전체 제작비와 맞먹을 텐데,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던 것들이 AI(인공지능)를 통해서 가능해진 거죠."(한상호 PD)

EBS가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위대한 인도'를 선보였다. EBS 1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프라임'의 창사특집 특별편으로 제작한 이번 프로그램은 AI를 이용해 화려한 장면과 더빙용 목소리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총괄 연출을 맡은 한상호 PD는 19일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EBS 본사 1층 스페이스홀에서 "그림 속 인물이 말하고 움직이고 춤추는 장면들은 과거엔 상상만 할 뿐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EBS 창사특집 다큐프라임 '위대한 인도'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사회에서 공개된 '위대한 인도' 1부는 인도 고대의 역사와 문화, 종교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첫 장면은 '세상 모든 것이 여기에 있고 여기에 없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인도 고대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했다.

'마하바라타'의 저자 브야사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구술하자 인도 지혜의 신 가네샤 역시 쉬지 않고 받아적었다는 서사시의 탄생 배경에 빗대 쉬지 않고 인도를 설명할 전문가와 그에게 질문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인물이 등장한다.

각각 인도 전문가로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인 강성용 교수가, 그와 대화하며 질문을 건네고 해석을 덧붙이는 역할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김대식 교수가 출연했다.

다큐는 두 교수가 인도의 문화와 역사, 종교 등에 대해 나눈 대담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제작진은 두 교수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두 사람의 대화를 녹화한 뒤 적절한 시각 효과와 설명을 추가해 편집했다고 한다.

EBS 창사특집 다큐프라임 '위대한 인도'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대한 인도'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시각 효과다. 강 교수와 김 교수가 인도와 관련한 특정한 개념을 언급하면 이와 관련 있는 조각상이나 인물의 초상화가 등장해 직접 내용을 설명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외에도 강 교수와 김 교수의 캐릭터가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며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거나, 복잡한 개념이 나오면 지혜의 신 가네샤가 등장해 쉽게 해석해주는 등 지루할 틈을 없앴다.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대담의 주인공인 두 교수의 목소리를 제외한 모든 목소리도 AI를 활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 PD는 "저희 작품에는 성우가 전혀 출연하지 않았고, AI로 목소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AI만으로 모든 시각 효과를 채운 것은 아니다. '위대한 인도' 제작 기간은 1년 6개월에 달하고, 인도 현지 촬영으로 여러 유적지를 화면에 담았다. 이를 위해 인도 국영 방송국과 협의해 이번 다큐를 공동 제작했다고 한다.

EBS 창사특집 다큐프라임 '위대한 인도'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시각적인 효과에 지나치게 몰두한 결과 설명이 산만하고 불친절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령 인도 문명의 기원을 설명하다가 '아리아인'이라는 명칭에 대한 혼동에 대해 설명하거나, 힌두교의 신들에 대해 설명하다가 갑자기 '카르마'와 '윤회'를 설명하는 등 내용이 정제되지 못한 인상이었다.

일부 장면은 예능 프로그램처럼 보이는 점도 전통적인 다큐를 기대한 시청자에게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요소다.

대표적인 예로 강 교수와 김 교수가 서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강 교수가 지나치게 길게 말을 늘어놓아 김 교수가 당황하거나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말을 끊으려 하는 모습 등이 코믹하게 편집돼 웃음을 자아냈다.

한 PD는 이 같은 특징을 두고 "제작진 내에서도 '그래도 EBS인데, 그래도 다큐인데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걸까요?' 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저는 그런 의문에 '다큐인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새롭고 재미있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EBS 창사특집 다큐프라임 '위대한 인도' 시사회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김유열 EBS 사장은 "트레일러(예고 영상)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방송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생성형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두려움이 들 정도이고, 모든 방송 제작 과정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만간 생성형 AI를 제작 전반에 도입하기 위해서 TF(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해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3부작인 '위대한 인도'는 이달 24일과 25일, 다음 달 1일 오후 10시 45분 EBS 1TV에서 방송한다. EBS는 이달 21일 오후 6시 40분 서울 서초구 양재천 수변 무대에서 시사회를 열어 '위대한 인도'를 상영하기로 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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