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용 설문 응답자 39% "뉴스 피한다"... 역대 최고

최승영 기자 2024. 6. 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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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4'
KBS 신뢰도 5위 하락, MBC 2년 연속 신뢰도 1위
언론재단, 전례없이 관련보고서 안 내기로

전 세계적으로 ‘뉴스 회피’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47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이 선택적으로 뉴스를 피하고 있다(selective news avoidance)고 응답했다. 2012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우울한’ 뉴스에 관심을 잃고 피로감을 느낀 결과로 분석된다.

‘뉴스 회피’ 39%... “우울 무거운 뉴스 보기 지쳐”

17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세계 47개국 9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응답자의 39%가 ‘가끔 또는 자주 뉴스를 피한다’고 응답했다. 2017년 29%에 비해 10%p가 증가한 수치로 이는 해당 보고서가 나온 2012년 이래 역대 최고치다. 국가 단위로 보면 아일랜드 10%p, 스페인 8%p, 이탈리아 7%p, 독일·핀란드·미국 각 5%p 등에서 뉴스회피 경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이용자의 '선택적 뉴스회피'를 다룬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4' 해당 부분.

‘뉴스에 매우 관심 있다’는 응답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2015년 64%에서 2024년 65%로 상승한 핀란드 사례를 제외하면 동기간 스페인 33%p(2024년 52%), 아르헨티나 32%p(45%), 영국 32%p(38%), 프랑스 23%p(36%), 독일 19%p(55%) 등을 비롯해 모든 국가에서 하락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경우 2016년 41%에서 2024년 39%로 소폭 감소한 수치가 나왔지만 뉴스회피 현상이 약하다기보단 애초 ‘뉴스에 매우 관심 있다’는 비율 자체가 타국과 비교해 워낙 낮았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우울하고’(depressing) ‘무거운’(relentless) 뉴스에 전체 국가를 아울러 10명 중 4명이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적시했다. 스마트폰 사용과 푸시알림,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의 피드 증가 등이 뉴스로부터 벗어나는 걸 어렵게 한 환경변화도 잠재적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선택적 뉴스 회피자들은 뉴스 미디어가 종종 반복적이고 지루하다고 말했고, 일부는 뉴스 자체의 부정적인 특성 때문에 불안하고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적었다.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4' 중 뉴스가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응답.

해법의 단초 차원에서 실시한 이용자 수요조사에서 이용자 72%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알려주는 뉴스’를 꼽았다. ‘특정 토픽과 이벤트를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뉴스’(67%),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뉴스’(63%)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뉴스 소비자가 뉴스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대신 주변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맥락과 더 넓은 관점을 제공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대부분은 뉴스가 더 재미있게 만들어지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더 많은 개인적인 유용성을 제공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길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언론 신뢰도 1위 MBC... 언론재단, 관련 보고서 안 내기로

이번 조사에는 국내 언론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평가(Public Opinion On Brand Trust)도 담겼다. 국내 주요 15개 매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MBC는 57%(‘신뢰한다’ 응답기준)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YTN 56%, JTBC 55% 등으로 2‧3위를 차지했고 SBS 54%, KBS‧연합뉴스TV 각 51%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외 MBN 42%, 채널A 41%, 한겨레 39%, 동아일보 38%, TV조선‧중앙일보‧경향신문 각 37% 등 순이었다. 조선일보와 지역신문(regional or local newspaper)은 각각 34%로 최하위그룹을 형성했다.

국내 주요언론 신뢰도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에선 KBS의 하락이 눈에 띈다. MBC는 2018년 15개 매체 중 신뢰도 8위를 기록했지만 2022년 5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상승 끝에 2023년부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KBS는 지난해 조사에서 2위였지만 올해 5위에 머물렀다. 이번 연구를 위한 설문이 올해 1월 말~2월초 진행됐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KBS 경영진의 변화, 이후 보도기조 등에 대한 평가가 담보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4' 중 국내 언론 전반 신뢰도, 매체 신뢰도에 대한 응답이 담긴 부분.

이와 관련해 한국언론재단이 ‘미디어이슈’ 리포트, 주요내용 요약을 담은 보도자료 등을 내지 않기로 하는 일도 벌어졌다. 언론재단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해당 연구에 국내 파트너로 참여하며 원문 보고서가 발행되는 매년 6월쯤마다 관련 요약을 우선 소개하고 10월쯤엔 번역본을 내왔는데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19일 본보와 통화에서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100위 이하인 국가들의 신뢰도가 이번 조사에서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이를 그대로 발표해도 될지 우려가 된다는 내부 지적이 있었다”며 “한국 언론사별 신뢰도 조사 역시 지난해 언론재단의 자체 언론 수용자 조사결과와 차이가 있어 재검토 중이고 보도자료와 미디어이슈는 안 내기로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올해 한국어판 보고서 발행 역시 불투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재단은 지난해 같은 연구에서 ‘MBC 신뢰도 1위’란 내용이 포함된 부분을 제외한 번역본을 공개해 비판 받은 바 있다. 정치권, 언론계에선 ‘바이든 날리면’ 보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MBC 기자 압수수색 등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4'에 담긴 국가별 언론 신뢰도 결과.

한편 이번 조사엔 한국 언론 전반 신뢰도를 살핀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인의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31%였다. 지난해보다 3%p 상승한 수치로 2016년 22%보다는 9%p 증가했다. 조사대상 47개국 중에선 38위에 해당하며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지역 중에선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69%)였고, 가장 낮은 국가는 그리스(23%)와 헝가리(23%)였다. 한국 이용자의 디지털뉴스 구매경험 비율은 15%로 지난해 11%에 비해 상승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는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 올해 1월 말~2월 초 세계 47개국 9만494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2012년부터 발행된 디지털뉴스리포트는 세계 주요 국가의 디지털뉴스 이용과 행태를 조사해 공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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