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학교 세운 송훈의 '조현묘각운' 시판, 일본서 귀환

박주연 기자 2024. 6. 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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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잔치 날 잡으니 길도 따라 열리고 / 우정 깊으니 나와 함께 하자 하네. / 상량 올려 용마루 멀리 북쪽 향하고 / 자그마한 산소는 우리 동방 울릴만 하니 / 대대로 어진 손자, 효자가 날 것이고 / 때때로 밝은 달에 맑은 바람 불어오네.'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이 쓴 시가 새겨진 시판이 다음달께 일본에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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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인 사업가 김강원 대표, 세 번째 기증
조현묘각운 시판.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성대한 잔치 날 잡으니 길도 따라 열리고 / 우정 깊으니 나와 함께 하자 하네. / 상량 올려 용마루 멀리 북쪽 향하고 / 자그마한 산소는 우리 동방 울릴만 하니 / 대대로 어진 손자, 효자가 날 것이고 / 때때로 밝은 달에 맑은 바람 불어오네.'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이 쓴 시가 새겨진 시판이 다음달께 일본에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9일 일본 도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일본사무소에서 '조현묘각운' 시판 기증식을 개최했다.

시판에는 송훈이 전남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에 있는 옛 지명인 '조현'에 '묘각(무덤 옆에 제사 등을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을 기념해 후손이 번창하길 축원하며 읊은 칠언율시(한 구를 7언으로 해 총 8구로 구성된 한시)가 적혀 있다. 송훈이 담양군 조현 지역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바탕판과 테두리를 갖춘 전형적인 조선 후기 현판으로, 좌우 테두리에는 국화 무늬를 그렸으며 상하 테두리에는 기하학적 구름 문양을 배치했다. 가로 50cm, 세로 34cm 크기의 나무 시판으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문 끝에 적힌 '수죽 송훈이 삼가 쓰다(守竹宋壎謹稿)'라는 내용을 통해 작자는 '수죽'이라는 호를 쓰는 송훈임을 알 수 있으며, '신평송씨대동보'에서 송진우의 부친 송훈의 호가 수죽(守竹)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하 송진우 평전(1990)'에 따르면 송훈은 신학문 수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사재를 털어 신식 학교인 담양학교를 설립했다. 아들 송진우 역시 담양군 창평에 있는 영학숙(英學塾)에 보내 신학문을 배우게 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9일 일본 도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일본사무소에서 '조현묘각운' 시판 기증식을 개최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강원 기증자, 곽창용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사무총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기증은 시판 소장자이자 일본 도쿄에서 고미술 거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강원 대표가 지난해 국외재단으로 직접 연락해 기증 의사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김강원 대표는 2022년에도 일본 유통 시장에 나온 한국 문화유산인 '백자청화김경온묘지'와 '백자철화이성립묘지'를 발견하고 어떠한 보상이나 조건 없이 국내에 기증했다. 이번이 세 번째 기증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기증식에서 김강원 대표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국가유산청장 명의로 된 감사패를 수여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기즌은 독립운동가 송진우 부친의 작품을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한다는 점, 소장자의 선의와 문화유산 환수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 현지 소장자와 국외재단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앞으로도 현지 협력망을 강화하고 국외 한국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 환수해 보호와 활용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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