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까지 말아버린 베트남 MZ.. 'K소주'가 점령한 이곳[르포]
한국 드라마 인기에 '소맥' 문화까지 전파 중
현지 '핫플' 맥주거리…주점 곳곳 '소주 팝니다'
K소주 인기에 한글 붙인 '짝퉁 소주'도 등장
[하노이(베트남) =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복고풍의 네온사인이 주는 노포 분위기가 물씬하다. 차돌박이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김치찌개의 매콤한 냄새도 함께다. 테이블마다 녹색병의 소주도 놓여 잔이 오간다. 소주병을 잡아 ‘회오리’를 만드는 게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현지 한국 포차 콘셉트 매장…베트남 20·30으로 ‘북적북적’
김 대표는 베트남 현지에 진로비비큐 4개 매장을 열고 있다. 2018년 하노이 ‘동나이’ 지역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박닌’ 지역에 2호점을 내고 하노이 ‘꺼우저이’·‘호안끼엠’ 지역에도 3·4호점을 잇따라 냈다. 4개 매장의 평균 월 매출은 약 7000만원에 이른다. 한국 관광객이 주 고객일 것 같지만 대부분 현지인이다. 김 대표는 “4호점을 제외한 1·2·3, 2, 3호점은 99%가 현지인”이라며 “주 고객은 20대 중후반 여성 직장인으로 회식, 생일파티, 데이트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진로비비큐 매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레티튀향’ 씨는 “소주를 마트 시음 행사에서 처음 마셔봤다”며 “피크닉을 가서 소주를 요구르트와 섞어 마신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소주를 베트남 음식과 잘 먹지는 않지만 바비큐나 튀김 음식과 즐겨 먹고 있다”며 소주를 들어 보였다.
진로비비큐는 하이트진로의 가맹점이 아니다. 이름만 빌려쓰는 관계다. 앞서 중국에서 10여 년간 요식업을 했던 김 대표는 미리부터 베트남의 성장성과 한류 열풍을 눈여겨봤다. 현지에서 한식 포차를 열기 위해 하이트진로에 먼저 진로비비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현지 소주 판매 확대를 위해 하이트진로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명 사용에 대한 로열티도 받지 않기로 했다.
김 대표는 내년 하노이에 5호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소주가 베트남에서 더욱 대중화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김 대표는 “팬데믹으로 출점을 중단했지만 엔데믹 이후 매년 1개 점포씩 열고 있다”며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풍경이 이젠 현지에서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로비비큐 외 다른 맥주거리 주점에도 소주를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곳 전체 78개 주점 가운데 64개 매장에 진로 소주가 입점했다. 조성균 베트남 법인장은 “낮은 도수의 과일 소주가 현지의 가벼운 입맛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곳에선 녹색병 소주가 곧 진로가 된 지 오래다. 이는 하이트진로의 공격적인 현지 프로모션의 결과다. 대면 판촉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날 맥주 거리에서는 진로 대면 판촉에 나서는 현지인 직원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2인 1조로 각 업소를 돌며 테이블마다 진로를 마셔 보도록 권유했다. 게임을 통해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캐릭터도 상품으로 제공했다. 조 법인장은 “대면판촉은 음용부터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전 과정을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는 베트남 현지 유흥 트렌드도 저격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면서 술을 마시는 ‘게스트로바(Gastrobar)’가 늘고 있다. MZ세대가 주 고객으로 일반 식당보다 주류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소주의 베트남 현지 매장 가격은 15만동(8100원) 가량으로 비싼 편이다. 소주는 한국 브랜드, 프리미엄 등으로도 인식되기 때문에 게스트로바에서 인기가 높다. 얼음이 가득 채워진 소주타워 형태나 병째 마시기도 한다.
이런 한국 소주 인기에 현지 마트에선 ‘짝퉁 소주’까지 등장하고 있다. 녹색병에 태양, 힘 등 한국말을 적은 라벨을 붙인 것이 특징이다. 주로 동남아시아 주류 업체가 한국 소주를 따라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한국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베트남 내 소주 판매는 최근 3개년 동안 연평균 약 31%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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