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여름에 만나는 명작의 특별함"
■ 글: 정승조 아나운서 ■
시대를 반영하는 명작.
깊은 울림을 주는 명작.
대중에게 사랑받는 명작엔 특별함이 있습니다.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넘치는 6월.
명작의 특별함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빛고을 광주에서 열렸습니다.
김환기, 유영국, 이우환 등 대표 거장들의 작품 140여 점을 선보이는데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2024 여름 특별전 한국미술명작"를 기획한 '광주시립미술관 정희석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아트홀릭 독자 여러분. 광주시립미술관은 2024 여름특별전으로 '우주의 언어-수'와 '한국미술명작'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한국미술명작'전의 담당큐레이터 정희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 근·현대 명작 140여점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여름특별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국미술이 가진 다양성에 대해 말하려고 했습니다.
형식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다양성까지. 다양성은 많은 시민들의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공감을 통해 미술이라는 문화 콘텐츠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다시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고, 다른 미술 세계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그런 선순환의 시작점이 되고 싶었습니다.
▮ 전시 구성으로 가 보죠. 첫 번째와 두 번째 섹션에선 전시작들을 만나볼 수 있나요?
첫 번째 섹션은 '상상의 공동체를 넘어'입니다.
동시대, 주로 현대미술에서 자주 보이는 문제의식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주제를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했던 작가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존재에 대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던 이우환의 대표작들과 구상 작품 '군마도'와 추상 작품 '문자추상'을 통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탐색했던 김기창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이중섭과 장욱진의 대표작들 또한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섹션은 '우아와 아름다움의 세계'라는 주제로, 아름다움과 미술, 시각적 이미지와 예술과의 관계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회화는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화한 것'이라고 정의한 오지호의 작품들과 1930년대 시인 이상의 절친이면서 당시로는 급진적인 형식의 작품들로 파격을 선보였던 구본웅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세 번째와 네 번째 섹션의 대표 작품, 꼽자면 무엇일까요?
김환기의 1950년대 반구상의 작품부터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준 '점화'시리즈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운성의 '가족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운성의 '가족도'는 서양의 기법과 형식을 빌려와 조선의 마음을 담아낸 수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화풍, 어떤 특징을 보이나요?
아무래도 추상화가 차지하는 높은 위상일 것 같습니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특징적인 점 한가지는 ‘단색화로 대표되는 추상화의 강세’이기 때문입니다. 물질문명을 고스란히 발전시킨 서양의 근대, 그로 인해 영향받은 서양미술과 비교하여 조선시대 문인화로부터 이어져 온 정신성의 강조가 추상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하는 작품, 추천해 주신다면요.
이번 전시에서는 박고석의 '설악 울산바위'를 최초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박고석은 1947년 이중섭, 유영국 등과 “신사실파”를 창립하였고, '모던아트협회'를 통해 활동했던 작가입니다. 그는 산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캔버스에 강렬한 색과 함께 표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설악 울산바위'는 1994년 제작한 유화 작품으로, 노란색의 대비와 함께 원경의 울산바위에서 보이는 강렬한 붓 터치가 특징입니다. 그동안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서울 명륜동의 “고석 공간”에 유족들이 보존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작품입니다.
여기에 오윤의 '팔엽일화'는 일반에 두 번째 공개되는 작품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인물의 간결한 동작들로만 표현하여 조형성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배운성의 '가족도'는 서양의 기법과 형식을 빌려와 조선의 마음을 담아낸 수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으로 계속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느라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번 저희가 운 좋게 전시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미술 평론가는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2024 여름특별전’의 유료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라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가 유료 전시라서 그동안 무료 전시만 개최하였던 지역 미술관으로서 조금은 우려가 됩니다. 그러나 유료와 무료 사이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료가 되더라도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면 시민들은 기꺼이 전시 관람을 선택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에서는 대형 기획의 유료 전시들이 자주 열리는데, 훌륭한 콘텐츠의 전시에는 언제나 관람객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제공: 광주시립미술관)
※ "2024 여름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 장소: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 4, 5, 6전시실(~8월 15일)
- 관람 시간: 오전10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휴무)
- 관람료: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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