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피란민은 어쩌나···‘구호품 전달’ 임시 부두 조기 철수 위기

윤기은 기자 2024. 6. 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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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임시 부두에서 트럭이 구호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해상으로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설치한 임시 부두의 조기 철수를 고려 중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육로를 계속 차단하고, 난민촌에 공습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미미하게나마 구호품을 전달했던 부두마저 사라지면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 관계자들은 당초 9월까지 운영하려던 가자지구 임시 부두를 다음 달에 해체할 수 있다고 구호단체들에 알렸다. 군 관계자들은 대신 이스라엘에 육로를 개방하도록 압력을 가하겠다고 했다.

가자지구 임시 부두는 이스라엘와 하마스 간 전쟁으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가 심각해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합동 해안양륙 군수지원’(JLOTS) 계획을 발표한 데 따라 만들어졌다. 미국은 부두 건설에 2억3000만달러(약 3149억원)를 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계획을 발표하기 전, 미국은 이스라엘이 육로를 개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요청에도 이스라엘은 보안을 이유로 육로로 구호품이 드나드는 것을 제한했다. 미군은 비행기에 구호품을 실어 해안가에 떨어트리는 ‘공중 낙하 작전’도 벌였지만, 효율성과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부두를 완공하고, “식량을 하루 200만 끼까지 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했다. NYT는 부두가 실질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열흘 남짓이라고 전했다. 기상 악천후, 보안 등 문제 때문이었다. 구호 활동가들은 장시간에 걸친 트럭 검사, 제한된 운영 시간, 이스라엘인의 항의 등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해 구호품 전달이 늦어지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약 두 달 만에 부유식으로 지어진 임시 부두는 내구성도 약했다. 임시 부두는 완공된 지 불과 며칠 만에 파도에 파손됐다. 수주 간 수리한 뒤 지난 8일 재가동됐지만 거센 물살로 이튿날 다시 운영이 중단됐다가 지난 11일에서야 재운영됐다.

JLOTS 계획 자체가 바이든 대통령의 면피용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지중해의 파도가 거세다는 사실을 부두를 짓기 전 미리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9월까지만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구호품 육로 운송을 허가하라’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할 용도로 임시 설치한 부두”라고 설명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도 육로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되레 임시 부두 운영 기간에 인질 구출 작전을 명목으로 라파와 누세라이트, 부레이 등 난민촌에 폭격을 퍼부으며 인도적 위기를 심화시켰다.

구호품을 소량이나마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임시 부두가 조기 철거되면 기근에 시달리는 주민이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엔은 가자지구에서 6개월∼2세 영유아 85%가 하루 평균 한 끼도 못 먹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구호단체가 집계한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따르면 지난 3월 가자지구 인구 3분의 1이 심각한 기아 상태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촌에서 어린이들이 구호단체의 식량을 받기 위해 모여있다. EPA연합뉴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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