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보상선수' 드디어 터졌다, '20홈런 2루수' 탄생 예감 "삼진 신경쓰기보다 내 스타일로"

안호근 기자 2024. 6. 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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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강승호가 19일 NC전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2013년 프로에 발을 디딘 이후 10년이 넘도록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을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준비한 강승호(30·두산 베어스)가 드디어 대기만성의 좋은 예로 거듭나고 있다.

강승호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6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2회말 결승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지만 6월 들어 침묵의 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4차례나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팀이 치른 74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0.294 11홈런 46타점 43득점 1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51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써나가고 있다.

2013년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던 강승호는 2018년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SSG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럼에도 주축으로 뛰지 못했던 강승호는 202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로 SSG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키움 히어로즈)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강승호의 커리어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2021년부터 두산 내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다. 2021년 113경기, 2022년 134경기, 지난해 127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늘 아쉬움이 뒤따랐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22년에도 타율 0.264 10홈런 62타점, OPS 0.709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시즌 초반부터 거침없이 대포를 날렸고 10홈런을 기록한 지난달 14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잠잠했던 강승호는 이날 한 달여 만에 11번째 아치를 그리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승호가 19일 NC전 2회말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아직 74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다시 쓴 기록은 의미가 깊다. 2루수 거포 자원을 찾는 건 쉽지 않다. 통상 2루수는 몸집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장타보다는 컨택트 능력이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20홈런을 날릴 수 있는 2루수는 매우 리그에 귀한 자원이다.

100경기 이상 2루수로 나서 20홈런 이상을 날린 건 2018년 박경수(KT·25홈런), 안치홍(당시 KIA), 앤디 번즈(당시 롯데·이상 23홈런) 이후 없었다. 지난해 최주환(당시 SSG)이 20홈런을 날렸지만 2루수로 나선 건 78경기, 540⅔이닝으로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나온 기록이었다.

올스타 투표에서도 팬 투표에선 류지혁(삼성)에 크게 밀렸으나 선수단 투표에선 322표 중 145표를 얻어 압도적인 드림 올스타 2루수 1위를 차지하며 발전된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날은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말 무사 1,2루에서 임상현의 시속 147㎞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했고 타구는 시속172.2㎞의 빠른 속도로 좌측으로 날아갔고 120m 지점 외야 관중석에 꽂히는 결승 스리런 홈런이 됐다.

3회와 4회에는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7회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강승호의 홈런도 반갑다. 지난 주말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였는데 2회말 결정적인 홈런을 때렸다"고 칭찬했다.

타격감이 떨어졌던 시기를 잘 버텨낸 뒤 반등을 이뤄낸 상황에서 나온 커리어 하이 홈런이라 더 의미가 남다르다. 경기 후 강승호는 "홈런 커리어 하이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며 "페이스가 좋다고는 하는데 홈런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홈런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2루타나 3루타 같이 중장거리 타구를 많이 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부진과 함께 선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전화위복의 시간이 됐다. 강승호는 "선발로 못 나갈 때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훈련량을 렸고 타석에서 잘치는 타자들이 타이밍 잡는 법이나 노림수 등을 많이 공부했다"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점점 체력도 좋아지고 타격감도 올라왔다"고 밝혔다.

홈런을 친 강승호(왼쪽)가 정진호 1루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4월까지 7홈런 타율 0.333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지만 5월 이후 하락세를 탔다. 6월 초반엔 8경기에서 단 1안타에 그치기도 했다. 강승호는 "시즌 초반의 좋았던 모습은 바라지 않는다. 현재 몸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서 잘 맞는 타격 폼이나 타이밍을 잡으려고 노력했다"며 "코치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무안타 기간이 길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밸런스를 찾은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부진했던 기간 이유찬, 전민재 등 후배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힘들게 잡은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그를 더 분발하게 했다.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다"면서도 "좋은 기량을 가진 후배들이 많다보니 저 또한 제 자리를 안 뺏기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까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쓸데없는 생각이 독이 됐다. 강승호는 "무안타가 계속 이어질 때는 제가 무슨 생각으로 야구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게 역효과가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를 비워내자 좋았던 때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강승호는 "지금은 (생각) 정리가 많이 됐다. 송명기 선수에게 삼진을 당할 때도 이상하게 머리를 쓰다 보니까 괜히 삼진을 당했던 것 같다"며 "그전에 직구로 홈런을 쳤기 때문에 무조건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초구 2구가 직구로 들어오더라. 그래서 '역시 머리를 쓰면 안 되는구나, 공보고 공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도 홈런 뒤 삼진을 2개나 당했는데 강승호는 좋은 성적 만큼이나 많은 삼진을 당하고 있다. 92삼진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그럼에도 강승호는 장점을 더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사실 신경이 쓰일 때가 있었는데 뭐 신경 안 쓰려고 하고 있고 삼진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기보다 그냥 제 스타일대로 제 방식대로 하는 게 오히려 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두운 부진의 터널을 뚫고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올초 백년가약을 맺은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가 있었다. 편하고 가까이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좌석이 아닌 남편 몰래 외야 관중석을 찾아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던 아내다. 남편이 고생하는데 홀로 편하게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강승호도 앞서 아내에 대해 수시로 고마움을 나타내며 내조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는데 이날도 "저보다 아내가 더 많이 힘들어 했다. '언젠가는 좀 좋아질 것'이라고 제가 많이 위로도 해주고 받기도 했다"며 웃었다.

강승호(왼쪽에서 3번째)가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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