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연판장 원수’→‘反한동훈 동지’…親尹의 ‘나경원 러브콜’ 속내는?
親尹 일각선 ‘나경원 체제’ 우려도…“리더십 불신, 대통령과 각 세울 수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이 유력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나경원 의원에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다. 작년 전당대회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앞세우며 '연판장 사태'로 눌러 앉혔을 때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사실상 한 전 위원장이 '반윤(反윤석열)'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의원도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만큼 친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尹 지지율 20%대'에 親尹 위상도 함께 추락…새 구심점은 羅?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나 의원은 지난 17일 출마 결심을 굳히고 오는 2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출사표를 던지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 중 가장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셈이다. 나 의원의 선거를 도울 특별보좌단(특보단)에는 지난 총선 당시 나 의원의 지역구 선거를 도왔던 최측근 인사들이 상당수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당대회 캠프 사무실은 현재 특보단이 사용하는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친윤계도 나 의원의 결심에 호응해 선거 지원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따르면, 일부 친윤계 핵심 의원들은 최근 나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상현 의원 등 가능성 있는 주자 3명을 지원 후보군으로 설정해 내부 논의를 이어왔다는 전언이다. 이후 3명의 후보군 중 원내 여부와 지지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 의원을 최종 지원 후보로 점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불과 1년 전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했을 때와 사뭇 달라진 태도다. 앞서 배현진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초선 의원 48명은 이른바 '연판장'까지 돌리며 나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차단했다. 당시 이들은 당대표로 당선된 김기현 의원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이후 총선 정국을 거치며 친윤계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진 분위기다. 친윤계의 중심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머물면서 친윤계 목소리도 덩달아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또 친윤계 본인들도 총선 참패의 책임론에 휩싸이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당대표 후보를 내기보단 친윤계와 그나마 우호적인 비윤(非윤석열)계 당권 후보에게 의중을 전달하는 모습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통화에서 "친윤계 인사들도 실력을 행사해야 지분을 보장받는 만큼 한 전 위원장을 저지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나 의원이 완전 친윤계 인사는 아니지만 한 전 위원장보다는 본인들에게 비교적 협조적인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윤계도 결국 당대표 대신 최고위원 선거로 눈을 돌려서 '연합'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羅 리더십 우려도…"사실상 당권 도전 '3수'하는 이유 있어"
하지만 친윤계 일각에선 나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된 후 돌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나 의원은 지난달 야권에서 띄운 '대통령 임기 단축' 등 헌법 개정 요구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일부 긍정했다가 당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도 나 의원에게 입장 철회를 간접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나 의원은 하루 만에 본인의 입장을 번복했다.
또 나 의원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 보여준 리더십을 회자하며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나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계파갈등을 말하면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했던 사례나, '김태우 전 특별감찰부 수사관 폭로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되레 망신당한 점 등 다양한 전적이 있다"며 "당대표에도 작년 전당대회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3수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도 이 같은 우려들을 염두에 둔 듯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비윤, 반윤 또는 친한(親한동훈)과 반한(反한동훈), 이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했으면 한다"며 "바로 그런 것들이 우리 당을 힘들게 한 패배 원인이었고 보수 재집권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껏 걸어온 정치에는 친(親)도 반(反)도 없었다. 오직 친국민, 친대한민국일 뿐이며 늘 그렇게 판단했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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