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지역 공공투자...한은 "소수 거점도시에 투자 집중해야"
효율성 떨어지는 저개발지역에 공공투자 집중
공공기관 10개 지역으로 흩어지며 생산성↓
“인구 감소기엔 소수 거점도시에 투자 집중해야”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에 따르면 지역간 성장률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도·충청권에 비해 동남·호남·대경권의 성장 부진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수도·충청권은 연평균 3.4% 성장했으나 동남·호남·대경권은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두 지역 간 생산성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한은이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로 성장률을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TFP)으로 분해한 결과 성장 격차의 51.7%가 생산성격차에 기인했다. 실제 지식재산을 포함한 자본스톡(자산) 분포를 보면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국가 전체 자본스톡의 46.0%, 충청권을 포함하면 60.1%가 집중됐다. 기업이나 학교 등 인프라의 수로 봐도 30대 기업중 수도권 비중은 95.5%, 10대 종합대학교중 수도권 비중은 100%에 달한다. 일본이 30대 기업 수도권 비중이 73.4%이고 10대 종합대학교 중 4곳만 수도권에 위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대기업과 지식재산, 인프라 등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생산성 격차는 지역 간의 양극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로도 저출생 등 부정적 외부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성 격차가 향후 5년간 지속될 경우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자본과 노동이 집중되면서 수도·충청권 이외 지역의 인구는 4.7% 유출되고 지역내총생산(GRDP)는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완화를 위해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이 꾸준히 추진됐으나 생산성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서 집적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도시가 아닌 저개발지역 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도시에는 오히려 투자가 미진한 결과다. 실제 경제·사회 인프라 등을 위한 투자적 지출의 GRDP 대비 비율은 비수도권 대도시에 속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2011~2021년 중 1.4%(연평균)로 중견도시(3.9%) 및 소도시·군(16.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의 경우 대도시에 소재한 혁신도시의 계획인구 달성률, 가족동반 이주율 등 성과지표가 대도시에서 먼 외곽신도시형의 혁신도시보다 높았다. 이전 인원수 등을 고려한 공공기관 이전의 생산 및 고용 창출효과도 대도시의 혁신도시가 더 크게 추정됐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에서도 비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생산성 개선이 수도권 위주의 생산성 개선보다 비수도권 중소도시·군 지역 경제에도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별 생산성 개선이 전국 경제(GDP)에 미치는 효과는 비수도권 대도시가 평균 1.3%로 수도권(1.1%)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연구지원팀장은 “과거 인구 증가 시기에는 전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으나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개발 재원은 한정된다”며 “투자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소수 거점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비슷하게 쇠퇴하는 것보다는 거점도시 중심의 집적의 이득이 주변에 고루 파급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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