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은 어렵죠" 퇴직자의 설움…나이제한 문턱 못넘어 한숨

나이 문턱 낮은 택시·조선 협력 등 고령구직자 붐벼
젊은 층 '급여','직무적합성' 등 개개인 요구 충족 기업 찾아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 홍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2024.6.19/뉴스1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아무래도 60세 이상은 어렵죠. 경력직이면 모를까","저희는 서서 하는 작업이라 고령은 아무래도 힘들죠","나이 제한은 없는데, 근무 조건 듣고는 몇분이 어렵겠다며 돌아가시네요"

35년간 섬유 공장에서 단순직으로 근무하다 퇴직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박람회를 찾은 김 모 씨(65)는 부스를 돌아다니며 나이 제한 있냐고 질문하곤 돌아오는 이같은 대답에 한숨을 쉬며 등을 돌려야 했다.

1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울산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김 씨는 "정년 지나 촉탁을 하다 이제는 협력업체 계약직 마저도 끝나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박람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구직에 있어서 무엇을 가장 1순위로 생각하냐'는 질문엔 "정년이 지나 모두 다 최저임금으로 비슷하다. 구직이 되느냐 마느냐,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 같이 퇴직 이후 구직자에게는 연령제한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이게 한 눈에 파악할 수 없으니까 부스마다 물어봐야 하고, 물어보더라도 나이 제한 때문에 거절당하면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의 설명은 이렇다. 재봉사를 모집하는 업체는 "미싱을 하다보니 나이가 들어 새로 기술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생산품질사무원을 모집하는 업체는 "불량을 확인해야 하는 업무인데 불량이 나게 되면 나이가 비교적 어린 직원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고령분들이 이를 많이 꺼려하신다"고 전했다.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 홍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2024.6.19/뉴스1 ⓒNews1 김지혜 기자

반면 나이 제한 문턱이 비교적 낮은 택시기사, 조선업 협력업체 등에는 중장년층의 가벼운 발길도 이어졌다. 택시기사를 지원하기 위해 박람회를 찾은 박 모 씨(68)는 "귀가해 필요 서류들을 갖춰 당장 지원할 예정"이라며 기쁜 내색을 내비쳤다. 또 일부 업체에서는 내년부터 나이 제한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중장년층을 제외한 젊은 층의 구직자도 박람회를 많이 찾았는데, 이들은 "돈이 가장 중요하다","나한테 맞는 직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전공을 살리고 싶다" 등 각자의 조건에 부합하는 직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 서비스업, 보건업 등 100여개 기업(직접 56개사, 간접 48개사)이 참여했으며, 6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또 △증명사진 촬영 △개인색(퍼스널컬러) 진단 △면접 헤어‧메이크업 조언(컨설팅)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조언(컨설팅) △취업스트레스 상담 △아로마테라피 등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부스)도 운영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일자리박람회를 통해서 구직자들은 능력과 적성에 맞는 기업체에 취업하고 참여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채용해 구인난 해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주가 모집, 채용, 배치, 승진, 퇴직, 해고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2024.6.19/뉴스1 ⓒNews1 김지혜 기자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