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전문가의 제대로 된 정책 세워야”

임영택 게임진 기자(ytlim@mkinternet.com) 2024. 6. 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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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환경 맞는 방안 마련 필요…기업들도 초심으로 재도전”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해요. 고학력 인재들이 많은데 그런 인재를 포용할 수 있는 산업이 게임산업입니다. 정책입안자들이 게임도 해보고 전문가들도 앉혀서 제대로 된 정책을 세워 나가야 합니다.”

지난 14일 한국게임미디어협회 게임기자클럽과 만난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며 산업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올해 3월 시행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기 법안을 비롯한 여러 규제에 대해서는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라며 오히려 지난 20년 동안 유지해 온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에서 미련 없이 리셋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다만 정부가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에 다소 인색한 것 같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정부가 전문가를 앉혀서 제대로 된 정책을 세워 나가야하고 인식 개선도 해야 한다”라면서도 “20년 동안 확률형 아이템으로 잘 살아온 만큼 이제는 미련 없이 리셋하고 초심으로 와서 다시 도전해 만들어갈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한국게임정책학회는 지난 2022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 등록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으로 출범한 단체다. 게임산업 정책 관련 학술교류와 연구를 통해 정부의 게임 육성정책과 전략 방안 수립 및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초대 학회장은 한국게임학회장과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홍 숭실대 교수(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가 맡았다. 이 학회장은 지난 4월 정기총회를 거쳐 2기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 학회장은 “처음에는 포럼을 만들려고 했으나 정부와 산업, 이용자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설립하게 됐다”라며 “춘계·추계 학술 세미나, 게임물관리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공동 세미나, 정책학회 전체 워크샵 등을 중심으로 현안을 논의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학회장은 국내 게임산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사다. 소설가 지망생이었지만 가정 형편 탓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꿈을 놓치지 못해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대학원에 국문과 전공으로 학업을 이어갔고 이후 동경대 문화연구과에 진학해 문화예술에 심취했다. 그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접했고 90년대 후반 한국에 돌아온 이후 게임산업쪽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스토리가 근간에 자리한 인사답게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게임 시나리오 작법론’, ‘게임 스토리텔링’ 등의 저서를 발간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열혈 이용자로 2009년 말 숭실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게임 스토리텔링 연구: 게임구성의 4요소를 중심으로’ 논문이 유명하다.

이 학회장은 “그동안 쓴 논문 50여편 중 25편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였다”라며 “스토리텔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토리텔링으로 받았다. 나의 교수 생활이 게임 인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친산업계 학자로 여겨지는 편이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업계에 대한 쓴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외형만 바꾼 확률형 아이템 기반 게임들을 내놓으며 쉽게 성장했다, 산업규모는 커졌지만 서사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이 없다 등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의 탁상공론식 행정도 비판했다. 제작 기간부터 완성도까지 기존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과는 다른 콘솔 게임 환경에 맞춘 장기 및 대규모 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보좌관이 아닌 직접 게임을 해보고 이해해 법안을 수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사행성과 폭력성 등 부정적인 측면만 비춰지는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학회장은 “진짜 콘솔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생태계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교류를 통해 나라별, 회사별 전략이나 가이드 등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콘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획자 양성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NHN이 개최했던 스토리텔링 공모전이나 현재 넷마블문화재단이 운영중인 게임아카데미 같은 공모전과 교육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게임의 서사를 강화하거나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능성 게임과 같은 현실이나 일상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창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학회의 부족한 부분인 이용자나 개발자와 자유롭게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언급했다.

이 학회장은 “학회가 소통해야 하지만 학술적이기만 하고 한계가 있어 아쉽다”라며 “버스킹과 같은 느낌으로 꼭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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