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 1박1일 방북…김정은, 환영인파 없이 새벽 3시 영접

김예진 2024. 6. 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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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도자의 24년만의 방북에 평양은 극진한 의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정보다 5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러시아 극동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사하공화국에서 18일 10시쯤 평양으로 향발, 19일 새벽 3시쯤에 평양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 지각'은 회담장에서 무기한 상대 정상을 기다리게 한 것은 아니고, 러시아 극동지역 사하공화국에서 현지 주민들을 만나는 일정을 즉석 추가해 일정이 순연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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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도자의 24년만의 방북에 평양은 극진한 의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정보다 5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러시아 극동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사하공화국에서 18일 10시쯤 평양으로 향발, 19일 새벽 3시쯤에 평양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전하며 "최대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노동신문, 뉴스1
러시아 국영매체 타스통신은 18일 푸틴 대통령 환영 준비를 마친 평양 모습을 스케치한 영상과 기사들을 내보내며 대대적인 환영 분위기를 전했다. 평양 최고높이이자 미완의 건축물인 류경호텔은 ‘환영 뿌찐’이란 대형 글씨가 조명으로 도드라졌고, 건물마다 백청적의 대형 러시아 국기가 내걸렸고 가로등에 푸틴의 초상화와 국기가 펄럭였다.

그러나 정작 푸틴 대통령이 도착한 새벽 3시에 영접은 다소 썰렁하게 진행됐다. 전례에 따라 평양 시민들이 동원돼 환영인파로 나왔을 법 하지만, 공항에 평양 시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레드카펫 위에서 기다리다 통역만 대동한 채 환영 인사와 포옹을 했다. 의전 총책임자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진 현송월 당 부부장 모습만 조선중앙TV에 포착됐을 뿐 김여정 당 부부장이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선희 외무상, 강순남 국방상 등 당·정·군의 주요 간부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없었기에 푸틴 대통령의 장관급 수행원들도 자신의 카운터파트와 공항에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보도에서 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공항에 나와있었다는 사실만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방북했을 땐 군중 환호 속에 예포를 발사하고 양국 국가를 연주하며 대대적 환영식이 있었으나 이번엔 예포발사도 없이 바로 숙소로 직행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 숙소 금수산영빈관까지 함께 러시아산 최고급 승용차 아우르스를 타고 이동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숙소를 직접 안내하며 담소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러 정상이 이동길에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들을 누비면서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풀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푸틴이 지각도착했다는 사실은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러시아 국기의 삼색을 활용한 화려한 1면 편집과 세로 제목 등 기존 노동신문의 따분한 편집 틀을 깨는 화려하고 이색적 편집 디자인을 선보이며 지면 꾸미기에도 각별히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푸틴은 ‘글로벌 지각대장’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외교 현장에서 악명이 높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푸틴을 50분 기다렸고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시간, 2018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시간 반을 기다렸다. 2018년 미·러정상회담때는 푸틴이 늦을 것을 대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러 지연 도착해 ‘전략적 맞불 지각’을 한 적이 있다. 2018년 9월 한·러정상회담때 푸틴이 지각하지 않고 5분 먼저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린 것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영접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 류경호텔 대형 전광판에 '환영 뿌찐'이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 지각’은 회담장에서 무기한 상대 정상을 기다리게 한 것은 아니고, 러시아 극동지역 사하공화국에서 현지 주민들을 만나는 일정을 즉석 추가해 일정이 순연된 것이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등 기존의 소통 채널이 있고, 푸틴이 사하공화국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기도 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일정 지연을 예상하고 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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