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뇌는 어떻게 성장할까…두뇌 발달 ‘열쇠’ 찾았다

박정연 기자 2024. 6. 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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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외·내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뇌 기능이 성장 시기별로 형성되는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아이들의 뇌에서 외적‧내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뇌 기능이 성장 시기별로 형성되는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다. 뇌 기능 발달 부진으로 인한 자폐, 조현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소속 홍석준 성균관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의 외적 정보처리와 내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대규모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들이 형성되는 과정을 아이들의 뇌 영상을 성장 시기별로 분석해 밝혀냈다고 19일 밝혔다.

외적 정보처리와 내적 정보처리는 뇌 기능의 근본적인 원리다. 외부 세계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텍스트)를 처리하는 ‘외부수용’ 기능과 이 정보를 기반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인과관계를 더 깊이 이해(의도파악 등)하는 ‘내부모델링’ 기능이 있다.

이 기능들은 인간을 포함한 고등영장류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적절히 대응하고 생존하도록 도와주는 핵심적인 인지 역량이다. 두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대규모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들은 대뇌피질에 포함되는데 이는 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뇌의 발달 과정에서 시상 부위와 대뇌피질 부위 간 연결성은 뇌 기능 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상은 주로 외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중계 역할을 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내부모델링과 같은 상위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연구진은 뇌의 발달 과정에서 시상이 대뇌피질의 기능적 세분화에 미치는 영향 즉 외부 네트워크와 내부 네트워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우선 유아기부터 성인기에 걸친 다양한 연령대의 뇌 영상 데이터에 최신 뇌 영상 분석기법을 적용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 관찰했다. 또 유전체 분석으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과 관련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은 뇌 발달 초기 단계와 이후 단계에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유아기에는 시상과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대뇌피질 영역(감각 운동 네트워크) 간 연결성이 뚜렷하고 뇌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됐다. 하지만 성인기로 넘어가면서 ‘현저성 네트워크’와의 연결성이 주축이 돼 외부수용성과 내부모델링 시스템이 분리됐다. 이는 구분된 각 시스템이 서로 명확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기능적 세분화가 일어났다는 의미다. 

또한 연구진은 발달 시뮬레이션으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과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 형성 간 인과관계에 대한 가설을 검증했다. 시뮬레이션하는 동안 시상-대뇌피질 연결 규칙을 임의로 교란(조절)하니 내‧외부 네트워크 간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횡·종단적 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 가능함을 함축적으로 의미한다. 

동시에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뇌 발달 곡선도 추적 조사했다. 성숙한 두뇌의 주요 특징은 기능적 분리와 ‘감각-연합 축’의 발달인데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이에 기여함을 알아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12~18세 사이에 크게 기여해 두뇌 발달에 어느 시기가 가장 중요한지를 밝혔다. 

연구팀은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내·외적 정보처리 과정을 담당하는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의 초기 형성과 발달에 기초 틀을 제공한다는 것을 처음 밝혔다”며 “이는 뇌 발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뇌피질의 기능적 세분화가 뇌 질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홍석준 교수는 “태아의 뇌가 형성될 때 시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태어난 이후에도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의 발달에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며 “이를 통해 내·외적 시스템 발달 부진으로 나타나는 자폐, 조현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온라인판에 10일 게재됐다. 

발달 단계에 따른 신피질 투사지도의 변화 영상. 29~44주, 8~22세.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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