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TO, 글로벌 히트상품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엠블록레터]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7일 열린 2024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의 토큰증권 세션을 담았습니다. 토큰증권은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결국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시행을 앞두면서 관심이 멀어졌지만 이번 정부의 역점 사업인만큼 어떤 형태로든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큽니다. 코넥스에 이어 10년만에 개설되는 새로운 투자 시장의 성공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의견을 함께 살펴보시죠.
> STO, 토큰증권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부상에 따른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지금까지 한국 산업의 성공 전략이었던 패스트 팔로워는 통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성공을 거둘 때까지 기다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다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 후가 되어 버리거든요. 이는 STO를 포함한 금융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다보니 국가간 경쟁, 허브 경쟁 등까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STO를 두고 이처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토큰화된 증권의 전체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6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STO를 통해 기존 주식과 채권의 거래 비용을 낮추고 보다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발행 비용 측면에서는 플랫폼 활용에 따른 절감이 가능하고 유통 비용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화함으로써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관리 비용 또한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을 활용해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거래 비용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정보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의 해소입니다. 국내 STO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모델 평가에 있어 이 두가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국내 STO, 토큰증권 관련 제도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이 배제돼 있는 상황은 좀 아쉬움을 자아냅니다. 현재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생태계를 가진 플랫폼이 제외되는 것이니까요. 또 투자자들의 낯설음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성이 높고 안정성이 큰 채권 등을 마중물 역할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통해 STO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의 강점인 콘텐츠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등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를 거둬 우리나라가 만든 STO 앱스토어에서 골드만삭스가 금융 상품을 만들어 두바이에 판매하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A: 미국에서는 블랙록의 비들 펀드를 발행한 시큐리타이즈와 IMX, 티제로와 같은 STO 전문 기술회사들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구요. 프랭클린 템플턴과 같은 금융사들이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많은 금융사들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법안 통과가 안돼 아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기존 금융기관들이 계좌관리기관이나 장외거래중개업자로서 발행과 유통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플랫폼 측면에서는 증권사와 은행들이 독자 개발을 진행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통도 비슷합니다.
기반이 되는 메인넷은 현재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신원인증(KYC)이나 자금 세탁 방지(AML) 등은 기존 금융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대다수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Q: STO나 토큰증권이 세계 무대로 나가려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를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A: STO나 토큰증권의 세계화를 볼 때 기술적 측면에서 고려할 점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메인넷입니다. 현재 전세계 주요 사업자들을 보면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업자들은 타 기관이나 국가와의 연계보다 기술적으로 보안, 성능 등을 더 중요하게 봐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사업자는 초기 퍼블릭으로 구축했다가 프라이빗으로 전환한 사례도 봤습니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돼 있지만 안정성과 업무 처리 노하우가 충분히 확보되고 글로벌 사업자간 연계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확장하는 단계적인 접근 방법도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나 주식 시장의 HTS 등을 이용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기반한 탈중앙화 금융 거래 환경이 속도가 느리거나 불안정성이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두번째로는 국가별 제도와 환경의 차이에 따른 발행과 유통 사업자의 기능과 역할 차이입니다. 미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국내 제도에 있어 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의와 구조가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국가간 연결을 위해서는 기능과 업무 표준화가 꼭 필요합니다. 이같은 논의 구조가 구축이 돼야 우리나라의 토큰증권 시스템의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A: 일단 현재까지는 종속을 우려할만한 글로벌 금융 플랫폼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산업이 OTT나 온라인 쇼핑과 달리 규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에서 시장 지배적인 금융 유통 플랫폼이 출연한다 해도 각국의 규제를 넘어 전세계 금융 산업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여기에 토큰증권이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를 할 수 있는 혁신 상품으로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 제도와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분산 원장 기술이 기존 시스템보다 속도가 느리고 불가역적인 특성 때문에 현 자본시장의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모두가 고민하고 노력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서도 기존 금융회사들과 새로운 사업자들이 잘 대응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분히 고민해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 한국에서도 카카오나 토스 등이 금융 슈퍼 앱을 만들려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과 같은 종합 금융그룹들도 같은 시도를 하고 있죠.
그런데 한국 시장의 특성을 보면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구요. 핀테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전통 금융기업들이 IT 투자를 많이 하고 좋은 서비스를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환경을 잘 이용하려면 무엇보다 규제가 잘 정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핀테크 회사들을 장려해주고 신기술을 많이 쓸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또 토큰증권이라는 특성 상 여러 플랫폼간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좀 가능하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미래에셋에서도 토큰증권과 관련해 플랫폼간 연계하는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런 발상들이 실제로 결실을 맺으려면 제도적인 장애물들이 많이 제거가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이제 비즈니스도 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STO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착한 STO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ESG와의 결합을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A: 탄소배출권이나 ESG 채권, 또는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 토큰증권을 활용하는 것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루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ESG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이른바 ‘그린 워싱’에 대한 홰결책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이 연구 또는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특히 블록체인의 비가역성과 투명성과 같은 특성을 활용해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ESG 측면에서 의미가 크고요,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ESG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면 여러 다양한 시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A: 현재 계속 논의되는 한국형 STO 로드맵 등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을 한단계 성장시키고 혁신할 수 있는 제도적인 계기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포함한 여러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러 분야의 법과 제도가 다 그렇지만 자본시장에서도 규제와 제도는 형식과 절차적인 그릇의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STO의 그릇 역할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재 다양한 조각투자 업체들이 샌드박스 형태로 라이선스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입법안을 제출했는데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라이선스를 갈아 끼우는 형태로 계속되겠죠. 이렇게 되면 사업의 영속성이 담보되지 않습니다. 한국형 STO의 내용물이 제대로 담기려면 자본시장법을 포함한 제도가 반드시 정비돼야 합니다.
또한 그릇 측면 이외에 내용물에 대한 논의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내용물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투자에 있어 기관 투자자 중심의 사고보다는 이른바 MZ 세대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적인 투자를 수용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소수점 주식 투자처럼 투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이 있구요. 상업용 부동산이나 음원 저작권에 대한 조각 투자처럼 기존에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수요를 잘 반영하는 것이 바로 내용에 대한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그릇과 함께 내용까지 잘 수용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한국형 STO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 지금이 사실 상황 개선의 적기입니다. 문화 산업의 핵심은 분명히 컨텐츠, 즉 지적재산권이거든요. 몇년 전만 해도 컨텐츠 시장에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이 생겨나 시장을 지배했는데 요즘에는 금융이 컨텐츠와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IP 자산의 유동화이고 STO의 적용 사례입니다.
이같은 유동화가 성공하려면 기초자산이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한류 컨텐츠가 최적입니다.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제도상의 지원입니다. 첫번째가 자본시장법이고 두번째가 저작권법입니다. 음원 저작권과 같이 기성 자산과 너무나도 다른 부류의 자산을 단일 규제로 제한하다 보니 시장이 성장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 자산이 금융 소비자와 결합할 때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통하게 되면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음원 저작권은 현행 자산 운용 등급으로 보면 가장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실제 음원 저작권의 가장 큰 매력은 매달 아티스트와 똑같이 배당 형태로 수익을 받는다는 것이거든요. 이같은 배당형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받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한류 컨텐츠의 인기에 기반한 컨텐츠 밸류 체인 모델로 플랫폼 영향력을 키우려면 이같은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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