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욕설과 “검찰 애완견” 망상[이제교의 시론]

2024. 6. 19. 11: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제교 편집국 부국장
언론은 李 앞길 막는 못된 존재
대장동 보도 없었으면 대통령
저질 발언 땐 ‘형수 욕설’ 상기
정도 언론은 팩트·합리가 우선
국민이 주인인 뛰어난 감시견
큰 도둑 나타나면 계속 짖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을 겨냥한 ‘검찰 애완견’ 지칭은 ‘형수 욕설’과 비교하면 수위와 강도가 한참 낮다. 기대할 것이 많지 않으니 “입에 담아선 안 될 극언”(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언론자유 부정 망발”(한국기자협회) 등의 반응이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그는 검찰의 대북송금 3자 뇌물죄 혐의 기소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언론은 진실 보도는커녕, 검찰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왜곡·조작을 하지 않느냐”고 14일 불만을 터뜨렸다.

언론만 없었으면 그는 대통령 권좌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지난 대선을 돌아보면, 유리했던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이 터지며 위기를 맞았다. 대장동 의혹은 경기경제신문 취재수첩에 처음 등장했고, 조선일보가 2021년 9월 3일자 1면 아래쪽에 보도하면서 커졌다. 비슷한 시기 몇몇 신문사에도 대장동 의혹 제보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려다 1보를 놓친 경우도 있다. 어쨌든 기자들이 이후 대장동 취재에 대거 투입됐고, 결국 이 대표는 0.73%포인트 차로 윤석열 후보에게 패했다.

이 대표에게 대장동은 정치검찰이 쌓아 올린 거대한 조작의 산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도 거짓의 바다 위에 떠 있다. 공직선거 허위 발언, 위례신도시·백현동 비리, 검사사칭 위증교사 등 그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가 그렇다. 진보 강경파 그룹의 지지를 업고 적대적 투쟁으로 정치적 승리를 얻다가 문제가 터지면 모든 연결 고리를 차단·부인하는 습성을 지닌 이 대표에게 언론은 거추장스럽고 성가신 존재다. 필자의 검찰·법원 취재 경험을 돌아보면 검사가 주는 정보로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론을 검찰 애완견으로 여기는 이 대표의 프리즘이 100% 성능 불량이라고 단정 짓지 못한다.

하지만 언론은 던져준 먹잇감을 침을 흘리며 기다리다가 바로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는다. 정도(正道)를 걷는 언론은 함정 취재를 하거나 검사를 사칭하지도 않는다. 반드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다. 오류가 있다면 즉시 인정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 시절이던 2019년 6월, 후배 기자가 장모 최은순 씨가 연루된 M 요양원 22억 원 요양급여 부정수급 판결문을 입수했다. 2억 원을 투자했던 최 씨는 검찰 수사 전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공범들에게는 민형사상 책임면제 각서까지 받아 두었다. 공범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최 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어딘가 법 기술자가 손댄 흔적이 묻어났다. 뒤에 ‘윤 검사’가 있다는 추론이 세워졌다. 사실 추적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팩트를 찾진 못했다. 후배와 상의해 ‘윤 장모, 의료법 위반 불입건 논란’ 사회면 톱 기사를 출고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올바른 언론은 정파적 이념을 팩트 앞에 세우지 않는다. ‘애완견’ 파장이 커지자 이 대표는 18일 “저의 부족함 탓”이라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언론계·학계서 쓰는데, 이재명은 안 되나”라고 말했다. 물론 애완견(lapdog) 용어는 통용된다. 대선을 앞둔 미 백악관은 82세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감퇴를 거론하는 매체에 자주 불만을 터뜨린다. 미 언론은 단호하다. 친민주당 성향인 뉴욕타임스의 A G 슐츠버거 발행인은 “바이든의 랩도그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최근 선언했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그 자체로 사실의 영역에서 존재한다. 언론이 창조하거나 왜곡한 사안이 아니다. 법리적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이 대표 주장대로 언론이 ‘개’라고 치자. 그 개는 직관적으로 불의의 냄새를 맡고 사실을 파헤치는 본능이 있다. 품종은 도시 변두리와 시골구석 어디나 있는 믹스견이고, 충직한 리트리버다. 양 떼를 지키려고 들판을 뛰어다니는 보더 콜리이기도 하다. 또, 한 번 물면 웬만해선 놓지 않는 진돗개다. 대상이 큰 도둑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입에서 놓는 순간 이 큰 도둑은 48만 국군의 통수권을 거머쥔다. 18명 국무위원 임면권을 갖고, 3000여 명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한다. 656조 원 국가 예산도 주무른다. 언론이 개라면 주인은 검찰, 정치 권력이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다. 잘못된 길로 주인이 들어서면 커다랗게 ‘왈왈’ 짖을 것이다. 앞에 엄청난 위험이 있으니 그리 가지 말라고….

이제교 편집국 부국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