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드론 장벽’ 구상[오후여담]

2024. 6. 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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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21세기형 첨단 장벽 건설에 나선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가가 확인된 드론으로 장벽을 만드는 구상이 현실화하면 러시아 봉쇄용 '유럽판 만리장성'이 될 듯하다.

6개국의 드론 장벽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럽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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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21세기형 첨단 장벽 건설에 나선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폴란드, 그리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은 러시아의 도발을 저지하고 밀수·불법 입국·악성 전파 등을 차단하기 위해 드론 장벽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국경선이 무려 1340㎞에 달해 우크라이나 전쟁 후 가장 안보 불안을 느끼는 핀란드는 지난해 나토 가입에 이어 드론 장벽에 적극적이다. 마리 란타넨 핀란드 내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드론 장벽을 세우기로 하고, 설치 방법과 재원 문제를 각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가가 확인된 드론으로 장벽을 만드는 구상이 현실화하면 러시아 봉쇄용 ‘유럽판 만리장성’이 될 듯하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1946년 미국 방문 때 연설에서 “발트해에서 아드리아해에 이르기까지 유럽 대륙에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내려져 있다”며 냉전 시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소련의 철권 통제 행태를 비판했다. 이제 신냉전 시대에 역으로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침투를 막기 위한 장벽을 구축하는 것이다. 6개국의 드론 장벽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럽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에 장벽을 구축 중이라고 한다.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DMZ는 MDL에서 남북 각각 2㎞ 지역으로 길이는 248㎞다. 6·25 때 혈투가 벌어진 백마고지, 화살머리고지, 피의 능선이 여기에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DMZ를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했다.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곳에 베를린장벽 같은 벽을 만든다니 뜬금없다.

베를린장벽은 동서독 분단시대 동독이 시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1961년 세워진 뒤 1989년 철거 때까지 10만 명이 탈출을 시도했는데 5000여 명은 성공했지만 약 200명은 사살됐다. 그러나 DMZ는 남파 간첩의 루트이거나 극소수 탈북자들의 통로일 뿐이다. 김정은의 시대착오적 콘크리트 장벽에 맞서기 위해 오물풍선은 퇴치하고 세상 정보는 북한 전역으로 보낼 유럽식 첨단 드론 장벽을 DMZ에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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