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성공신화 무너뜨리는 스포츠 대디[현장에서]

오해원 기자 2024. 6. 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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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5승, 한국 선수 최초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등 골프선수 박세리의 빛나는 성공엔 분명 단순히 가족 이상의 역할을 했던 부친의 존재가 컸다.

사실 여부를 떠나 박세리의 영웅담처럼 전해졌던 어린 시절 무덤 옆에서 스윙 연습을 했다는 일화도 결국 자신의 딸을 골프선수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던 부친의 노고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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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 박세리희망재단의 박세리 이사장이 부친을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 나섰다. 이 자리에서 부친과 관련한 소송에 대해 담담히 말을 잇던 ‘리치언니’ 박세리가 참았던 눈물을 쏟은 것은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박세리는 2016년 은퇴 이후 계속해서 부친의 채무를 자신이 변제했다고 했다. 몇 번이고 반복됐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는 스스로 ‘해결사’ 역할을 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는 동안 부모와의 거리가 생겼고, 결국 박세리는 스스로 부친을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5승, 한국 선수 최초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등 골프선수 박세리의 빛나는 성공엔 분명 단순히 가족 이상의 역할을 했던 부친의 존재가 컸다. 사실 여부를 떠나 박세리의 영웅담처럼 전해졌던 어린 시절 무덤 옆에서 스윙 연습을 했다는 일화도 결국 자신의 딸을 골프선수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던 부친의 노고를 잘 보여준다. 자녀의 자질과 노력에 부모의 헌신이 더해져야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바늘구멍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진리다. 그러나 박세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녀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는 착각에 빠져 본인은 물론, 자녀의 성공 신화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축구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 역시 축구선수 출신 부친의 철저한 훈련 지도 속에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손흥민의 부친은 “(손)흥민이는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며 겸손함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도 수많은 유망주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부모의 희생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녀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부디 박세리 부녀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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