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전기차 시대 '전략적 기지'

최의종 2024. 6.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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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성공 사례…"1위 잡고 시장 경쟁력 강화"

지난 4월 23일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글로벌 3위 완성차 시장 인도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기 전 전략적 기지를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라는 평가가 있다. 또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현지법인(HMI)을 인도 증권 시장에 상장하고자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다.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또는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된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HMI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최대 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가 25억~3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장 시기는 오는 9월 또는 10월 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96년 인도 타밀라두 첸나이 지역에 단독법인을 설립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 특성을 고려한 모델 상트로, 엑센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등을 판매하며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최근 인도 생산 실적과 가동률은 준수하다. 현대차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HMI 생산실적은 2022년 70만6000대, 2023년 76만5000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20만800대를 기록했다. 생산 능력 대비 생산 실적인 가동률은 올해 1분기 102.1%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HMI를 인도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일차적인 배경으로 인도 업체 마루티와 일본 스즈키가 합작해 만든 마루티 스즈키 사례가 꼽힌다. 마루티 스즈키는 2003년 IPO를 진행했고, 현재는 인도 완성차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현지 상장은 소비자에게 자국 기업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HMI 상장은 재무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법인(HMI)을 인도 증권 시장에 상장하고자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 DRHP를 제출했다. /더팩트 DB

중국을 고려한 행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가 시선을 인도로 돌렸다는 이야기다. 또한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저가 모델을 무기로 우위를 점하려는 중국 업체의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인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친환경차로 전환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 3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 중국 업체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 분야는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하고 있는데 상장한다는 것은 현지 회사가 되는 것으로 충분히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직접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4월 인도를 방문하며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인도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중추적 모빌리티 기업 위상을 확고히 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정보기술(IT) 강국 인도에서 입지가 공고히 해지면 향후 전동화 전략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법인이 인도 소프트웨어(SW)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전동화 전략 요충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항구 원장은 "SW 강국인 인도 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가진 협력사를 발굴하며 차세대 전동화 전략을 펼치는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향후에는 차량용 SW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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