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혼자 무기한 휴진?"…의협 시도의사회장들 '금시초문'
하루 휴진도 14.9% 참여 저조…"현실성 없고 불가능"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의대교수들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합세한 전국적인 집단 휴진에도 정부가 의료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의협 내부는 물론 각 시도의사회 임원들조차 '무기한 휴진'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원의들도 "무기한 휴진이 현실적으로 쉽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 의협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전날(18일)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정부의 독재에 맞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 의료를 반드시 살리자"며 정부에 '무기한 휴진' 카드를 내밀었다.
다만 임 회장은 '지난 16일 의협이 정부에 제시한 3대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를 무기한 휴진의 전제로 뒀다. 3대 요구안엔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설령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해도 의협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환자를 볼모 삼아 집단 휴진을 전제로 요구하는 대화나 협상은 응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의료계는 임 회장이 선언한 대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임 회장의 무기한 휴진 발언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물론 시도의사회도 무기한 휴진을 총궐기 대회 자리에서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비밀유지하는 건 좋은데 시도회장이랑은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일 발표한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임현택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의협이 무기한 휴진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참여율이 높지 않을 거라는 문제도 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하루도 휴진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어떻게 회원들한테 무기한 휴진을 권할 수 있겠느냐"며 "그건 나도 못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8일) 오후 4시 기준 의협이 주도한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5379개소로,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3만 6059개소 중 14.9%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8월 14일 의협이 10년간 400명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1차 집단 휴진을 했을 때 참여율 32.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의협이 ARS와 네이버 휴진 설정 등을 고려해 자체 파악한 결과 휴진율은 50% 내외였다.
이에 한 진료과 개원의사회장은 "의협이 말한 50%는 사실 언론에 그냥 뿌린 것 아니겠느냐"며 "하루 휴진 참여율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무기한 휴진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냥 말한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기한 휴진 이야기는 논의된 바 없고,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개원의들도 무기한 휴진은 따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기 수원시의 한 개원의는 "사실 정부 행태가 너무 화나고 마음 같아선 다 들고 일어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휴진한다는 게 쉽겠느냐"며 "개원의가 다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 쉬는 것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데 무기한 휴진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 출신의 한 개원의는 "참 갑갑하다"며 "하루 휴진도 다들 뻔히 결과를 알았는데 무기한 휴진이라니 오히려 의사 단체를 욕보이게 만드는 전략을 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의협 집행부도 답답하겠지만 꼭 이 방법밖에 없었나 싶다"며 "정부만 신날 일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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