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삼식이 삼촌’ 왜, 이규형인가
막연하던 인물을 익숙하게 그리고, 익숙한 인물을 새롭게 그린다. 이규형을 통해 완성된 인물들은 작품 안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자신의 연기를 차곡차곡 쌓아 ‘믿고 보는 배우의 힘‘을 길러낸 배우 이규형이 ‘삼식이 삼촌’에도 숨을 불어넣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속 이규형은 야망 넘치는 국회의원 강성민으로 분했다. 초반부터 이규형은 강성민의 캐릭터를 다져나갔다. 냉정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외면에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흔들리는 내면을 담아냈다. 단정한 스리피스 슈트를 입고 냉정하게 야망을 쫓던 강성민(이규형 분)이 모든 걸 내려놓고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시청자는 측은지심을 느꼈다. 이규형은 강성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그의 행보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규형의 연기 안에서 강성민은 야망을 향해 뜨겁게 날뛰다가도 차갑게 가라앉고,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다가도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익숙할 것 같던 빌런의 모습이 이규형을 통해 새롭게 표현됐다. ‘겁쟁이’가 어울리는 나약한 빌런. 삼식이 삼촌의 대서사에서 강성민의 삶을 관찰하면 그가 왜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규형은 성인이 된 강성민을 연기하면서도 우리가 앞서 본 어린 시절의 강성민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연기가 곧 서사가 되고, 서사가 곧 캐릭터로 탄생되는 과정이 이규형의 연기 안에 담겨있다. 이규형은 강성민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되어 인물이 살아온 평생의 삶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된 캐릭터는 이규형을 통해 작품 안에 살아 숨 쉰다.
이규형의 이 같은 생동감 있는 연기는 그가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를 통해 돌아볼 수 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언변에 능한 장수 아리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규형은 다이어트는 물론 외국어 공부에도 매진하는 등 캐릭터를 보다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힘썼다. 탄탄한 준비 위에 특유의 연기력이 더해지자 캐릭터는 살아나고 작품의 생명력은 더해졌다. 명나라와 시마즈 부대, 고니시 부대를 오가며 조선군과 맞서지 않고 후퇴할 길을 찾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충성심을 보여주며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tvN 드라마 ‘보이스 시즌4‘에서는 다중인격 빌런 동방민 역을 통해 1인 5역 열연을 펼쳤다. 내면의 인격을 각기 다르게 표현해 내는 과정에서 이규형은 눈빛은 물론 목소리와 어법까지 달리하며 다중인격 캐릭터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종영 이후 이규형이기에 가능했고, 이규형이기에 완벽했다는 호평 속에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극찬을 얻었다. 이외에도 아내와 사별 후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된 남편으로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해롱이’라는 애칭으로 시청자의 최애 캐릭터로 사랑받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숨은 빌런으로 밝혀지며 극 최대 반전을 안긴 ‘비밀의 숲’ 윤세원까지.
이규형은 매 작품 섬세한 연기력과 탄탄한 준비를 바탕으로 만나는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규형이 불어넣은 생명력은 캐릭터를 넘어 작품의 색채를 더하고, 더 나아가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설득력을 만들어 냈다. 이규형이 완성한 캐릭터는 연기로 숨 쉬며 작품 안에서 뛰놀고,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규형이 열연 중인 디즈니+의 ‘삼식이 삼촌’은 오늘(19일) 전 회차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규형이 완성한 강성민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야망의 끝일지 두려움의 끝일지 강성민의 인생을 집중해 들여다보게 만든 이규형의 결말에 또 한 번 궁금증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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